토끼 남매가 전하는 싱그럽고 포근한 마을 소식
숲속에 자리한 마을과 그 안에서 복닥복닥 살아가는 동물 주민들.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소재이다. 그런 정겨운 마을이 여기 또 하나 나타났다. 『들풀 마을의 구돌이』는 들풀 마을에서 벌어지는 가슴 두근거리고 조금은 뭉클한 일상을 담았다. 「우체부 넝구리 아저씨의 지도」와 「눈사람 야꿍이」, 두 편의 이야기에는 각각 토끼 남매 구돌이와 구슬이가 등장하지만 사실상 들풀 마을 주민 모두가 주인공이다. 초록빛이 무성한 숲속과 새하얀 눈이 쌓인 겨울, 들풀 마을의 두 정경을 책 한 권으로 즐길 수 있다. 조규영 작가의 다정한 문장에 김고둥 작가의 그림이 온기를 더했다. 찐빵처럼 말랑말랑하고 보드랍게 생긴 구돌이와 구슬이 남매부터 시작해 너구리, 생쥐, 거북이, 고슴도치, 심지어 거미까지, 들풀 마을 주민들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스러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웃들이 어울리며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따스함을 나누는 이야기가 그림일기처럼 펼쳐진다.
어른에게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흔히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들 한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어른들과 사회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말이다. 그런데 과연 아이에게만 온 마을이 필요할까? 들풀 마을이 전하는 첫 번째 이야기 「우체부 넝구리 아저씨의 지도」는 온 마을이 온 이웃에게 베푸는 다정함을 담고 있다. 너구리 넝구리 아저씨는 빨리 걷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우체부다. 언제나 마을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시간 맞춰 배달을 하고, 아이들이 위험한 데서 놀지는 않는지 지켜보기까지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넝구리 아저씨는 정말로 정신이 없어진다. 주소를 몇 번이고 확인하는데도 우편물을 자꾸 잘못 배달하는 바람에 넝구리 아저씨는 불안한 나날을 보낸다. 잔소리하느라 바쁘던 넝구리 아저씨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니 구돌이와 생쥐 보보도 마음이 편치 않다. 둘은 넝구리 아저씨가 만든 지도를 우연히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