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정 없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나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었다
태몽에 용과 호랑이가 등장한 덕에 환장하게도 용호란 이름을 갖게 된 곽용호. 그는 이름 세 글자를 빼면 색채 없는 인간이다. 스물아홉 인생 내내 잘나가는 엄마와 비교당하는, 캔버스 위의 엉성한 습작 스케치 같은 사람(13쪽. 공부는 그냥저냥 해 삼수 끝에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에 가까스로 들어갔지만 졸업 후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하고 있는 패배자.
곽용호는 어린 시절부터 늘 쓸모 있는 인간이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세상에도, 엄마에게도. 세상의 관심에서 빗겨 나 있는 그에게 유일하게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때는 오직 드라마계의 스타 작가이자 자신의 엄마인 곽문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뿐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던 어느 날, 엄마가 홀연히 사라진다. 한여름에 아스팔트로 도로에 내린 가랑비처럼 깨끗하게 증발해버렸다(36쪽.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어안이 벙벙한 사이 드라마 제작사 피디이자 곽문영의 수족 오혜진이 한 가지 제안을 해온다. 엄마의 새 드라마 ‘드림 런처스’를 대신 집필해달라는 것.
이건 또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싶다가 마음 깊숙이 한 구석에 버러진 자신의 꿈이 떠오른다. 학교에서 장래 희망을 적으라고 할 때 언제나 썼던 그 단어, ‘작가’. 하지만 엄마의 글재주에 비하면 곽용호의 재능은 얄팍하기 그지없었고, ‘작가’는 그에게 먼지 쌓인 꿈이 되어 버린다. 그런데 그 ‘작가’를 해달라니. 비록 곽문영이란 이름으로 쓰는 엄마의 드라마지만 곽용호는 솔깃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일이 생긴 게 아닌가?
곽용호는 고등학교 문학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이자 옛 애인 함장현과 함께 엄마의 드라마 ‘드림 런처스’ 대본 작업을 시작한다. 걱정과는 달리 첫 대본이 통과된 후 그들 작업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신명 나게 집필 작업을 이어가던 중 오혜진 피디에게 사라진 엄마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는 전화를 받는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