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옥스퍼드의 귀족정치
1. 엘리트들
2. 계급 전쟁
3. 얕은 지식
4. 룰 브레이커
5. 아이들의 의회, 옥스퍼드 유니언
6. 토론의 달인, 보리스 존슨
7. 꼭두각시, 추종자 그리고 희생자
8. 옥스퍼드 유니언과 노동당 학생회
9. 브렉시트의 탄생
10. 비극을 모르는 세대
11. 그들의 현재
12. 우리의 의회
13.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14. 브렉시트와 옥스퍼드 유니언
15. 한 표 부탁드립니다!
16. 패거리 정치와 팬데믹
17. 상류층이 사라진 옥스퍼드 귀족정치
18. 무엇을 해야 할까?
감사의 말
주
옥스퍼드에서 익히는 상류층 감각
촌철살인 글쓰기와 말투, 고전 인용은 어떻게 활용되나
원래 브렉시트는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란으로 시작되었다. 더 정확히는 엘리트들이 주도한 반反엘리트주의 반란이었다. 옥스퍼드 출신인 언론 권력 루퍼트 머독이 반엘리트주의자로 가장한 뒤 브렉시트를 지원했고, 이를 등에 업은 졸업생들이 다른 옥스퍼드 졸업생 집단에 대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다. 그리고 비옥스퍼드 출신인 대다수의 국민은 엘리트들의 브렉시트 운동에 국가의 미래를 기꺼이 맡겼다.
영국 국민은 어떻게 이런 전략에 넘어가게 됐을까? 당시 브렉시트 운동을 승리로 이끈 인물은 보리스 존슨과 마이클 고브였는데, 특히 존슨의 경력, 말투, 자신감, 고전을 인용하는 습관은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수사학적 언변, 촌철살인의 치고 빠지는 글쓰기, 타고난 지배자의 감각은 영국 지배계급의 핵심 자질이다(자기 자신을 지도자라고 여기는 것도 ‘리더의 능력’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는데, 전후 영국 총리 가운데 명문 학교에서 교육받지 못한 캘러헌, 메이저, 고든 브라운만이 총리 직위를 힘겨워했다. 존슨은 사립학교인 이튼에서 독특하게도, 논리를 무시함으로써 더 나은 논리를 가진 상대방을 제압하는 방법을 배웠다. 또한 옥스퍼드에서는 신중하게 타이밍을 맞춘 농담, 계산된 저음의 목소리, 인신공격성 농담으로 선거와 토론에서 이기는 비법을 터득했다.
옥스퍼드 출신들의 경력을 통계 수치로 한번 살펴보자. 1940년부터 현재 리시 수낵까지 영국의 총리는 총 17명이다. 이 중 13명이 옥스퍼드 출신이다(케임브리지 출신은 한 명도 없다. 2010년 이후로 한정해 보자면, 총리는 다섯 번 연속 옥스퍼드 출신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옥스퍼드에서 관료 양성을 위한 핵심 전공인 철학·정치·경제를 택했다. 3년의 학부 과정 동안 세 과목을 전공한다는 것은 넓고 얕게 배운다(옥스퍼드식 ‘지대넓얕’는 뜻이다. 저자가 옥스퍼드에 재학 중일 때 실시되었던 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일주일에 겨우 20시간만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