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말봉>
문학은 대중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작가
김말봉의 대표 단편 「망명녀」, 「고행」, 「편지」
김말봉의 데뷔작 「망명녀」에는 “이때이다. 이 기회이다. 나도 사람이다”라고 스스로의 결심과 의지를 확인하는 한 여성이 등장한다. 명월관이라는 요리점에서 기생으로 일하는 산호주(최순애는 차라리 ‘미치고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8년 전 여학교를 다니던 시절 형제를 맺었던 ‘허윤숙’이라는 자가 찾아와 산호주의 빚을 갚아주고 그를 데리고 떠난다. 허윤숙은 담배와 모르핀에 중독된 산호주를 예전의 순애로 되돌리려 애쓰지만 쉽지 않다. 막상 순애를 되돌린 것은 허윤숙이 애인 윤정섭과 나누는 대화다. 반동분자, 소비에트, 남녀 기회 균등 등 호기심을 끄는 단어들에 사회운동을 향한 동경을 갖게 되고, 윤과 순애는 결혼까지 약속하게 된다. 점차 ‘동지’로서, 또 ‘사람’으로서 인정을 받으며 순애는 나라에 목숨을 바치기로 한다. 결혼식 날, 윤에게서 소포가 오는데 어떤 위험한 물건을 전해달라는 내용이다. 순애는 자신이 몰래 그 소포를 전달하기로 결심하고 결혼식장을 떠난다.
「고행」은 불륜 행위를 성자의 ‘고행’으로 신성시하는 남성 인물의 모습을 통해 축첩의 부도덕성을 꼬집는다. ‘나’(남편는 전에 기생이던 ‘미자’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다. 미자와 그가 불륜 관계라는 것을 모르는 아내는 미자를 딱한 사연이 있는 친구의 누이동생으로 알고 안쓰럽게 생각하며 형제처럼 지낸다. 하루는 미자가 집에 찾아와 눈치를 주자 그는 결국 아내와의 나들이를 취소하고 미자를 찾아갔는데, 때마침 아내도 미자의 집에 심심하다며 찾아온다. 알몸으로 벽장에 숨어든 그는 사내의 바람을 정당화하다가도 아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무덥고 갑갑한 벽장 안에서 빈대와 벼룩의 공격에 참을 수 없는 요의마저 더해지고 시간은 계속 흐른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한계에 다다른 순간 아내가 집으로 가겠다고 나서고, 아내가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알게 된 그는 급히 미자의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