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놀라지 마 이건 어차피 놀이니까
테를지의 밤
눈물
안녕, 요요
아름다운 루나
마스크 팩
나만 아는 나의 이름은
굿모닝
들어 봐요
플레이
침대
겨울 방학
주말의 명화
오래된 극장
2부 서로의 슬픔으로 다정합니다
조용한 산책
비둘기와 장미와 여자
블랭킷
검은 식물
빛의 방향
봄밤
달콤한 손가락
저녁의 새
다정한 저녁
호우
체리를 먹어요
일요일
건축
페이드 아웃
리모델링
3부 땀이 배도록 깍지를 끼고 더 멀리
붉은 욕조
첫 번째 수업
팔월
여덟 개의 별
검고 푸른 바닥
비누
물 위의 사제
체크아웃
무화과
맹목
소금 기둥
보이지 않는 도시
수박
4부 우린 왜 서로 다른 곳에 있나요
나는 아직 처녀예요
끈
백일홍 편지
바이킹
별이 빛나는 밤
리플레이
개종
어둠 속의 식사
시뮬레이션
나는 여기에 있어요
써니 사이드 업
봄 야유회
부러지는 빛
스모킹 룸
해설
시의 불을 지키기 위한 망자와의 동행
―이성혁(문학평론가
책 속에서
아직 살아 있구나 늦지 않았어 너덜거리는 자루 가득 장작을 메고 오가는 밤의 노역은 불을 지키는 시간 바람에 넘어진 것들 차곡차곡 주워다가 추운 밤 부려 놓으면 뜨겁게 솟아오르는 불의 제전 나는 불을 지키는 자, 치장 없이 허름한 옷가지로 성별을 감추었기에 누구도 쉽게 나를 호명하지 못한다 나는 이름 없이 늙어 가는 가난한 노파 불을 살피느라 언 몸을 녹일 수 없다 꺼져 가는 불씨를 살려내고 문 밖으로 나서면 얼굴을 찢는 바람뿐 어떤 날은 별도 뜨지 않아 캄캄한 숲을 비틀거리며 걷는다 뜨겁고 차가운 것이 이생의 일인지도 잘도 자는구나 장작이 타는 소리 꿈속에서도 들리는지 재가 되어 가는 소리다 담요를 걷어차고 잠든 걸 보니 오늘도 나의 불길은 뜨거웠구나
―「테를지의 밤」 전문
다 가 버렸는데 늘 너만 돌아와
꼭 쥔 손을 떠나갈 때의 탄력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
그래서 거침없이 툭 내던지는 즐거운 놀이 놓쳐 버린 게 아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 어떤 봄날은 내내 온몸이 홑이불 속에서 이리저리 바스락거렸거든 형체도 없이 몸을 누르는 손목들 그리고 다시 피어난 꽃들
어떤 날들은 돌아오지 말았어야 해
다른 얼굴로 오면 다른 것인 줄 알고 피식 웃음이 나네 이제 더 노련한 변장술이 필요하지 않겠니 그럼 모르는 척 조금 속아 주다 네 옆구리를 쿡 찔러 줄게 놀라지 마 이건 어차피 놀이니까 즐거워야 해 눈물 같은 것 없이도 짜릿할 수 있지 후후 마음이란 게 자주 변덕을 부리니까 하는 얘긴데 반칙 같은 걸 써서 먼저 도망가지는 마 네 몸에 감긴 줄이 다 닳아 끊어질 때까지 멈추지 않는 놀이 지루하지 않게 자꾸만 다른 이야기를 들고 돌아오는 너라는 시간
―「안녕, 요요」 전문
오늘도 그와 걷습니다 가만히 귀를 세우면 발걸음에는 냄새가 있습니다 신발을 끄는 소리에는 기분도 묻어 있습니다 귀로 맡는 냄새는 쓸쓸합니다 그는 만질 수 없는 것들을 만집니다 손을 내밀면 바람도 그의 손에서는 몸을 가집니다 나의 털들은 그의 손끝에서 가지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