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심장은 불타올랐다.
머릿속으로 그녀의 기사가 된 내 모습을 그려보았다.”
러시아 문학의 아버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마지막 소설
러시아 문학사에서 푸시킨은 근대 러시아어의 규범을 확립하는 동시에 완성하고, 근대 러시아문학의 기틀을 확립함과 동시에 완성한 이로 기억된다. ‘러시아 시문학의 태양’인 푸시킨이 없었다면 19세기 초 러시아 서정시의 황금시대는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며, 리얼리즘을 정초한 그가 없었다면 러시아의 자랑인 19세기 후반 러시아 리얼리즘 소설의 성취 역시 불가능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20세기 초 유례없는 과감한 예술적 실험을 감행했던 러시아 모더니즘의 유산도 푸시킨의 혁신적인 도전정신에 기대지 않았더라면 초라해졌을 것이다. 오늘날의 현대 러시아 작가들에게도 무한한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고 있는 푸시킨의 문학과 그의 시대는 따라서 과거에 대한 기념비로서의 역할로만 그 의미가 축소되지는 않는다. 특정 장르와 특정 문예 사조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창작하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그의 문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신선하고 흥미진진하다.
이러한 커다란 위상을 지닌 푸시킨의 마지막 유작 소설
<대위의 딸>
은 1833년부터 1836년까지 4년여에 걸쳐 쓰인 작품이다. 그러나 새로운 형식과 장르 실험으로 러시아 문단에 낯설게 비춰진 이전의 그의 산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대위의 딸>
또한 출간 당시에는 독자와 비평가들의 몰이해와 무관심을 견뎌야 했다. 작품 집필 전 십여 년의 기간 동안 직접 자신의 발로 뛰며 푸가쵸프 반란사를 연구해서 얻은 해박한 지식과 독특한 작가적 허구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탄생한 이 작품은 극심한 농노혁명을 겪었던 혼란한 18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그 속에서 자신의 명예를 끝까지 지키고자 애썼던 한 평범한 귀족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골자로 하는 역사소설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당시 주류를 이루었던 정통 역사소설과는 거리가 먼 특징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