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매일 밤 초대하고 싶어
인형의 집/ 나무 인형 할아버지의 웃음/ 비밀 상자/ 작은 컵/
숨 쉬는 지도/ 언제 시를 쓸까?/ 손톱이 자라나면/
늦잠 자기 싫은 날/ 별을 만났어/ 말을 걸어/ 수염 난 돌멩이
2부 예쁜 거미줄이 생겼네
바퀴 달린 손님/ 모험의 결과/ 툭/ 호수에 X 싸지 마시오/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혀를 내밀어/ 나는 산만해!/
쓸개 빠진 삼촌/ 생각과 생강 차이/ 장발산
3부 뿔이 나도 놀라지 마
외눈박이 거인의 눈/ 좀 비밀이 많은 아이/ 구슬치기에 미친 호연이/
뿔 난 아이/ 질문 있어요/ 무지무지 잘 드는 가위/ 탈을 쓴 아이 1/
탈을 쓴 아이 2/ 탈을 쓴 아이 3/ 뻥쟁이 연우/ 요괴 전시회/ 좀
4부 빨간 노을을 아삭아삭
유리의 유리병/ 빨간 아이/ 빨간 구두를 신으면/ 103세 할머니를 찾습니다/
어린 할머니/ 방울뱀, 엄마/ 다람쥐 동생의 꿈/ 어떤 꿈/
바퀴벌레/ 푸른 망아지처럼/ 울지 않는 달걀/ 매미의 시간
해설 | 신화의 공간을 넘나드는 기이한 정령의 세계 _이재복
“내 정체를 드러낼 때가 아냐”
우리 곁에 숨은 요괴 찾기
강벼리 시인의 『요괴 전시회』 속에는 요괴들이 숨어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의외로 소탈하고 허술하다. 구미호는 구슬치기를 좋아하고, 드라큘라는 하루 종일 학교에서 잠만 잔다. 이 동시집의 요괴들은 사람을 해치고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무엇이든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요괴들을 무해하면서 친근한 존재로 변신시킨 덕분이다. 동시집 속 요괴들은 아이들의 생활 공간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때문에 실제로 요괴들이 사람으로 변신해 살고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요괴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 환상적인 공간이 바로 이 동시집의 고유한 매력이다.
“나랑 같이 갈래?”
우리를 일으켜 주는 요술
아이들이 하는 상상은 터무니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의 문제들을 이겨 내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우리 집 근처에
자주 올라가는 정발산이 있다
수업 시간에 정발산을
장발산으로 잘못 받아썼다
분명히
정발산이라 썼는데
손가락이 잽싸게 산등성이를 탔다
나는 거칠게 뻗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나만 보면
‘장발’이라고 짓궂게 놀리던
동구 말이 떠올랐다
나는 잘못 쓴
장발산을
조용히 읽어 보았다
꿈틀꿈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장발산이
기지개를 활짝 켰다
성큼성큼
동구 앞으로 걸어갔다
- 「장발산」 전문
자기를 “짓궂게 놀리던” 아이가 스트레스였던 화자는 “정발산”을 “장발산”이라고 잘못 받아 적는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좌절할 수도 있는 사건이지만 강벼리 시인은 아이가 상상을 통해 그것을 이겨 내게 만든다. 말장난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장발산”을 살아 있는 요괴로 만드는 것이다. 커다란 장발산이 “기지개를 활짝” 켜며 “성큼성큼/ 동구 앞으로 걸어”가는 장면은, 화자가 친구의 놀림이나 자신의 실수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나갈 것을 보여 주는 이미지로 읽힌다. 강벼리 시인의 동시집에는 이처럼 상상의 힘으로 일상의 난제를 극복하는 동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