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
믿음에 관한 이야기이자 믿음을 흔드는 이야기
“저기, 나가오카, 나랑 새로운 사이비 종교 시작해보지 않을래?”
가족 동반 인파로 붐비는 일요일 오후, 역 앞 쇼핑몰 안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이시게에게 그런 제안을 받았다. _〈신앙〉
표제작 〈신앙〉의 주인공 나가오카는 이른바 ‘가성비 인간’인 극단적 현실주의자다. 환상에 돈을 지불하는 다른 이들을 어리석게 여기며 집요하게 ‘현실’을 따지는 그에게, 오랜만에 나타난 동창은 사이비 종교를 함께 시작해보자고 제안한다. 비현실적인 데다 너무 뻔한 수법이라 생각해 비웃던 그는 곧 섬뜩한 의문에 직면한다. 누군가의 믿음을 부정하는 것 또한 모종의 믿음에 기반한 행동이 아닌가. 그렇다면 다단계 판매에 속아 신묘한 정수기를 사는 행위와 유행하는 접시를 모으는 행위는 무엇이 다른가. 그가 마주하는 혼란은 독자에게도 고스란히 건네진다. 사회는 어째서 속기 쉬운 이들을 노린 사기보다 속은 자들의 약하고 어설픈 마음을 탓하는가. 당신이 ‘현실’이라 부르는 세계를 ‘진짜’라고 할 수 있는가.
“사이카와는 이시게랑 달라. 사이카와는 ‘속는 쪽’의 인간을 사랑하니까. 있잖아, 나도 그쪽으로 데려가줘. 내 눈에 돌멩이는 그냥 돌멩이로만 보이고, 플라스틱은 그냥 플라스틱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아. 근데 다들 원가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돈을 내잖아. 그걸 사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환상을 공유해. 나도 그쪽으로 가고 싶어.” _〈신앙〉
속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나가오카는 급기야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된 동창에게 자신을 세뇌해줄 것을 부탁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의 별난 계약과 함께 이야기는 예측할 수 없는 강렬한 전개로 흘러가며, 그 끝에는 “우리의 발아래, 올바르고 당연하고 견고해 보이는 믿음 더미들”에 대한 조용한 응시가 남는다. 믿음은 우리를 지탱하고 강하게 하는가, 오히려 위태롭게 하는가. 나아가 불신으로 가득한 사회를 살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