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집이었다, 마당에서 시체가 나오기 전까지는”
파편화한 기억, 집안 곳곳에 숨겨진 결정적 단서, 서로를 지키는 구원의 힘
어린 부부인 새피와 톰. 그들은 코츠월드의 예스러운 마을, ‘베거스 눅’으로 이사한다. 이들은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작고 낡았지만 사랑스러운 신혼집을 보수하기로 한다. 그렇게 공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마당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달려오는 한 남자… 구덩이에서 나온 사람 손가락뼈. 유골은 무사히 수습되었지만, 그 죽음에 관한 비밀이 집안 곳곳에 달라붙어 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찰은 과거 이 집에 산 적이 있던 ‘로즈’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새피가 사랑해 마지않는 할머니, 알츠하이머병을 앓아 기억이 사라져가는 할머니, 로즈를…. 할머니는 알츠하이머라는 자신과의 싸움 속에서도 조금씩 기억의 퍼즐을 늘어놓는다. 왜 그곳에 가게 되었는지, 그 집이 로즈에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푸르고 단정했던 앞마당에서 30년 전 그날, 무엇을 보았는지. 로즈가 지키려 했던 것은, 또 내던진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엄마, 딸, 손녀로 대를 이어 전개되는 여성 서사
상상할 수 없는 반전, 로맨틱 서스펜스!
주로 여성의 삶을 다루고 쓰는 영국의 스타 작가, 클레어 더글라스. 『진 버든』은 그의 야심에 찬 신작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여성의 삶에 드리워진 기쁨, 두려움, 사랑 등의 입체적 면모를 잘 보여 주었다. 심지어는 그 방식마저 특별하다. 사랑에 대해 말하며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 ‘손녀를 향한 할머니의 지고지순한 사랑’ 등의 단순하고 뻔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딸의 손을 꽉 잡은 엄마도 두려움에 떨 수 있고, 엄마로 살아가는 와중에도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준다. 우리는 모두 한낱 인간일 뿐이니까. 그렇게 엄마, 딸, 손녀가 서로를 지키고 연대하면서 어떻게 삶의 고통을 이겨내고 살아가는지를 잘 표현한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