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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한참이 지나도 유효한 사랑 : 노포 - 좋아하세요? 시리즈 9
저자 김기수
출판사 카멜북스
출판일 2024-01-19
정가 15,000원
ISBN 9791193497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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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한 가지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숙련된 뱃사공이 되는 길
And Just Like That…
누구도 아닌 나를 생각하는 마음
굴을 싫어하던 소년
취미는 노포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어른들의 원더랜드
사랑과 존경을 담아
이모, 아무거나 주세요
계절을 기억하는 법
어쩌면 인류의 희망
여전해서 다행인 것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기억에 없는 추억의 맛
시간을 흐르지 않게 가둬 놓는 법
노포를 지켜야 한다는 믿음
자잘한 모래알 같은
너 내 동료가 돼라
그래도 가끔은 옛이야기를
“우리는 많은 추억을 물리적 공간에 빚지고 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곳들에 대해

하루에도 신상 카페가 수십 개씩 생겨나고 사라지는 시대, 예고도 없이 문을 닫은 가게를 보며 허탈하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오래도록 한곳을 지키고 있는 가게를 보면 어쩐지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거라는 믿음이 가져다주는 심리적 위안은 생각보다 크다.

노포에 대한 저자의 애정도 자꾸만 사라지는 단골 가게들에 대한 아쉬움에서 시작되었다. 겨울이면 석화를 만 원에 팔던 경리단길의 횟집, 그가 일했던 가회동의 투고커피와 광화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지오리꼬, 서교동과 망원동의 카페들과 좋아했던 빈티지 숍과 종로의 피아노 거리와 서울극장과 단성사… 한 시절의 배경이 되어 주었던 공간들이 이제는 기억 속에만 남았다. 그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만은 아니라는 걸 안다. “무언가를 지켜 내는 건 생각보다 더 외롭고 고된 싸움이라는 것”도. 그래서 그는 오늘도 노포로 향한다. 산책 코스의 마무리로 들르는 책방 <풀무질>이 앞으로도 그 자리에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갈 때마다 책 한 권씩을 사서 나오고, 이제는 더 맛있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많이 알지만 옛 친구와 계속 <뽐모도로>를 찾고, 오후 9시면 손님을 내쫓는 칵테일 바 <다희>에 과자 한 봉다리를 사서 놀러 가고, 노가리 골목의 원조를 응원하고자 투쟁 중인 <을지OB베어>의 현장을 찾는다.

점점 더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종이 잡지를 만드는 에디터였다가 이제는 편지 쓰는 법을 따로 배워야 할 정도로 편지가 생소하다는 시대에 편지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 김기수가 노포에 마음이 쏠리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같기도 하다. 그는 가치 있다고 여기는 무언가를 기꺼이 지키려는 사람이 아닐까. 새것의 말끔함과 편의성도 좋지만 오래된 것의 풍요로운 정서가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