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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시작된 일 - 걷는사람 소설집 13
저자 박이수
출판사 걷는사람
출판일 2024-01-17
정가 16,000원
ISBN 979119341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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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실이
정선이와 혜영이

해설
등대집에서 멀어질 수 없는 살갗
―문종필(문학평론가

작가의 말
고마리 회원들의 시상식은 의식을 치르는 당사자에게 회원 일동이 회원의 지망 분야를 인정해 주자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 말하자면 시를 쓰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 소설을 쓰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소설가. 어느 분야든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다면, 그게 바로 시인이자 소설가 또는 가수라는 응원의 메시지 전달이었다.
―「지실이」, 114~115쪽

혜영은 애자 언니와 트로트 가요제에서 처음 만났던 날을 떠올렸다. 희망과 자신감으로 눈빛이 반짝거리던 그 시절은 아득한 옛날이 되어 버렸다. 그때 애자 언니가 대상을 받았고 혜영이 최우수상을 받았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그뿐이었다. 거기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지역 축제장과 심지어는 환갑잔치, 나중엔 전국에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떴다방을 돌아다녔다.
―「정선이와 혜영이」, 139쪽

“덧없이 계절은 변하고 사랑했던 사람은 모두 떠나갔지만 그 후로도 삶은 지속”되듯이(이기호, 추천사, 박이수의 인물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어떤 일들을 맞이해야 하는 것이 사람 사는 일이라는 쌉싸름한 진리를 온몸으로 체감한다. 메아리가 되돌아오듯, 만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나게 되고야 마는 이상하고 신비한 섭리는 이곳에서 환하고 슬픈 우연으로 발생하며, 박이수의 소설은 삶의 불확실성에 기인한 절망을 부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물의 삶을 묘파한다. 삼각형도 아니고 사각형도 아닌 애매한 모양새를 가진 고유한 삶들이 유연하게 얽히고 헤어지는 풍광은 꿈을 향한 열망을 하나로 결집하는 과정으로 기능함으로써 불확실한 시기를 지나가고 있는 이들의 마음에 작은 위로를 안긴다.

해설을 쓴 문종필 문학평론가는 “박이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가장자리에 놓인 아웃사이더로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끝까지 자신의 꿈과 길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들”이라는 핵심을 짚어낸다. 동시에 이 소설이 쓰인 당위가 “이들의 꿈이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파하며, “그럼에도 쉽게 포기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