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이혼한 걸 숨길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
뭐든 숨기고 꽁꽁 싸매면 마음에 곰팡이 펴.”
‘행복한 정상가족’과 ‘불행한 비정상가족’?
이혼 가정에 대한 편견을 경쾌하게 깨뜨린다!
이 소설에는 어떤 전형적인 캐릭터가 없다. 모성애로 중무장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어머니, 일밖에 모르고 말수가 적은 근엄한 아버지, 자식과 손주들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는 인자한 할머니. 온기의 여자친구 슬아 또한 먼저 고백하고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적극적인 성격이다. 작가가 이른바 ‘비정상가족’인 이혼 가정을 그려내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어떤 불필요한 과장이나 편견도 없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행복한 정상가족’과 ‘불행한 비정상가족’의 도식을 무너뜨린다.
“부모의 이혼 때문에 상처 입고 방황하는 청소년은 너무 진부한 얘긴 거 알지?”
쳇, 나를 뭘로 보고.
“너희 반에는 이혼한 집 얼마나 되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한번 알아봐. 요즘엔 네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한다니까 서른 명이면 일곱에서 여덟 명쯤 되겠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부모가 이혼한 걸 숨길 필요는 없다는 얘기지. 뭐든 숨기고 꽁꽁 싸매면 마음에 곰팡이 펴.”
_27~28쪽
한 아이의 엄마이자 드라마 작가로서 자신의 인생을 사는 엄마 지율리는 아들 온기에게 이혼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님을 담담히 이야기한다. 물론 지금까지와는 다른 낯선 상황에 처한 온기에게 이 상황이 쉽지만은 않다. “혹 달린 여자를 누가 데려가?”라는 외할머니의 통화를 엿듣고 자신이 바로 그 ‘혹’임을 깨닫고, 재혼한 아빠의 아줌마에게 “엄마”라고 부르라는 친할머니의 말에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온기가 친구들을 통해 알게 된 다른 ‘정상가족’의 상황도 결코 녹록지만은 않다. 슬아의 단짝 세영의 부모는 한집에 살면서 서로 말을 섞지 않은 지 오래고, 아빠의 사업 실패로 이모네 집에 얹혀살게 된 정하는 사촌들로부터 알바로 번 돈을 ‘삥’ 뜯긴다. 온기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