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시야 내에 모습을 드러내는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닌, 예술가로서 ‘자신의 감각이 지성intelligence에 불러주는 것’을 ‘최대한 잘 실현하는’ 것. ‘눈’으로 보는 것을 ‘뇌’가 함께 작업하여 ‘표현 방법을 제공하는 구성 감각의 논리를 머리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화가로서의 신념을 보여주는 세잔의 전기이다. 이 책은 저자가 당시 꼭 십 년 전 앞서 출간한 ‘거장 폴 세잔(Le maitre Paul Cezanne’의 축소 요약 판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인상주의 운동에 남다른 애정과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저자가 특히 화가 세잔에 대해 지녔던 각별한 존중과 평가를 보여준다.
세잔의 그림 속에서 공간적인 중량감 못지않게 시간 속에서 유지되며 자체적인 항구성, 즉 항존성을 지니는 사물들. 그리고 그 사물들의 표면을 감싸는 ‘덮개’로서가 아닌, ‘내적 구조의 표현’으로서 현존을 생생히 표현해내는 색채들. 또 다른 비평가 자크 리비에르의 이같은 해석과 더불어, 세월 속에서 한 위대한 예술가의 평가에 있어 관성적인 인식이 굳어지기 이전, 작은 시냇물의 흐름들처럼 청량하게 속삭이는 듯한, 화가의 평가 초기의 당시 생생한 시각, 논평도 또한 함께 할 수 있다.
책 속에서
“폴 세잔이라는 이름은 대중에게 퍽 낯선 이름이다. 그의 작품들을 공개적으로 접해 본 적이 진실로 없던가. 1857년경 엑상프로방스에서 파리로 올라와, 그의 절친인 에밀 졸라가 하나의 문학 형식을 찾았듯이, 세잔 역시 그의 미술 형식을 탐구했다. 오늘날 그는 예전 그대로 세상을 달아나서 자신에 웅크린 채 자신이나 작품을 드러내는 것을 피하고 있다. 왜냐하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스스로를 평가하기란 불가능하고, 새로운 하나의 개념으로 보다 솜씨있게 모든 결과를 얻기란 힘들기 때문이다. 그가 처음에 예감했던 것을 실현하고 자신의 모든 척도를 일정한 부분들에 담기에는, 한마디로 스스로를 너무 불완전하다고 보는 것이다.” - 본문 p.135
“세잔의 그림들에서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