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해야지.”
김보통, 한준희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비망록 [D.P.] 시즌2 각본집
탈영병을 쫓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내며 대한민국 사회에 중요한 화두를 던진 [D.P.]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가 도서로 출간된다. 군 복무 시절 실제 경험한 디피 생활을 토대로 취재한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김보통 작가와, 시즌1 이후 [약한영웅 Class 1]의 크리에이터로 참여해 극찬을 받은 한준희 감독이 이번에도 함께 예리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한층 더 깊어진 이야기를 밀도 있게 빚어냈다.
시즌2는 이전에 탄탄하게 쌓아온 서사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발전시키며 103사단 헌병대와 탈영병이 마주한 부당한 현실과 복합적인 감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에피소드별로 장르를 갈아입으면서도 사건의 구심점을 잃지 않았으며, 각각의 인물 내면의 변화를 자연스레 보여주었다. 이렇듯 치밀하게 빌드업된 각본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한정된 시야 밖의 현실을 잠시나마 마주할 수 있고, 기꺼이 마음을 움직이는 촘촘한 대사를 음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특별 수록된 손희정 문화평론가의 에세이는 드라마의 박진감 넘치는 속도감 속에서 놓치면 안 될, 대한민국 사회에서 [D.P.]가 굳은 뚝심으로 시도한 중요한 이야기를 다룬 귀중한 기록이다.
“적극적인 공모자 혹은 게으른 방관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석봉과 루리처럼 시스템을 탈주함으로써 ‘광인’이 될 수는 없었던 준호와 호열은 그 두 사람이 내뱉었던 말 “뭐라도 해야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려고 노력한다. (… 폭력의 이미지와 그걸 강조하는 장르적 플롯의 목적이 작은 것들을 밟아 지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듬어 살리기 위해서라는 걸 설득당했을 때, 시청자는 기꺼이 작품과 함께하게 된다. 참 떠나보내기 아쉬운 시리즈다.” (손희정 문화평론가 에세이 [D.P.], 반창고 같은 이야기 中
여전히 변하지 않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하는 이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