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분에게
《채근담菜根譚》은 중국의 고전으로 명明나라 사람 홍자성洪自誠의 수상집隨想集이다. 전집前集 225장과 후집後集 134장으로 되어 있다. 전집에서는 주로 세파에 시달리며 살아가는 생활 신조에 대해, 후집에서는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이 엄밀하게 되어 있는 것은 아니며, 각 장의 앞뒤 연결도 명확하지는 않다.
《채근담》이라는 책 이름은 송宋나라 학자 왕신민汪信民의 “사람이 언제나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다면 모든 일을 이루게 될 것이다人常咬得菜根則百事可做”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의 저자 홍자성에 대하여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우공겸于孔兼이라는 사람이 쓴 《채근담》의 서문에 이렇게 적혀 있을 뿐이다.
“어느 날 나의 친구 홍자성이 그가 쓴 《채근담》을 가지고 와서 내게 보여주고 서문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처음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한 번 훑어보기만 했으나, 그 후 책상 위의 고서古書를 정리한 다음 잡념을 버리고 자세히 읽어보았을 때 비로소 그 진가眞價를 알 수 있었다.”
우공겸은 명나라 만력萬歷 8년(1580년에 벼슬길에 올랐으나 후에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의 비행을 상소한 일로 신종神宗의 미움을 받아 관직에서 물러난 다음 20년 동안 고향에 묻혀 살다가 죽은 사람이다. 홍자성이 《채근담》의 서문을 부탁한 것은 우공겸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였을 것이다. 그러므로 홍자성도 명나라 신종 때의 불우한 선비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이름을 《채근담》이라고 붙인 것으로 미루어 그가 청빈淸貧 속에서 역경을 이겨낸 강직한 사람이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하늘이 내 처지를 곤궁하게 한다면 나는 내 도를 깨쳐 이를 트이게 할 것이다. 그러니 하늘인들 나를 어찌하겠는가?” 하고 그는 말하고 있다.
그가 동양의 《팡세》라고 볼 수 있는 《채근담》을 쓰게 된 시대적인 배경에 대해 잠깐 더듬어보자. 명나라 14대 황제인 신종이 어린 나이로 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