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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저자 서정
출판사 난다
출판일 2024-01-16
정가 17,000원
ISBN 9791191859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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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7

1부. 보다 친밀한
1. 아빌라가 여기에 ─ 16
2. 페타레의 율레이시 ─ 28
3. 이주와 정주의 순간들 ─ 40
4. 아시엔다 산타 테레사 ─ 51
5. 언제까지나 야생 ─ 62
6. 벌레의 집 ─ 75
7. 대정전 ─ 87
8. 스페인어 수업의 장면들 ─ 103

2부. 보다 진실한
1. 민중성의 색채 ─ 114
2. 시대적 상징성을 획득한 한 개인의 취향 ─ 129
3. 착시, 혹은 찰나의 진실 ─ 146
4. 먹는다는 것, 그리고 환대한다는 것 ─ 162
5. 열대의 리듬과 가락 ─ 180
6. 세 개의 점, 대학들 ─ 198
7. 이민자들의 산지, 콜로니아토바르 ─ 216
8. 타인은 지옥일까 ─ 229

에필로그 245
완벽한 미지의 도시, 카라카스
“카라카스에 몇 년간 살게 되었다.” 책은 이런 문장과 함께 시작된다. 유려한 발음과는 별개로 카라카스라는 지명은 우리에게 어떤 뚜렷한 이미지도 연상시키지 못하는 듯하다. 베네수엘라의 수도라는 추가적인 정보가 주어져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남미 최대의 메트로폴리스 중 하나인 카라카스는 그렇게 완벽한 미지의 도시로 남아 있다.
이곳에 저자는 한동안 ‘살게 된다’. 대단한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고 그저 “밥벌이의 문제”. 저자에게 이곳에서의 정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랫동안 공부하고 살았던 덕에 러시아어를 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영어 역시 어렵지 않지만 베네수엘라의 공용어인 스페인어는 하나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우고 차베스 사후 엄청난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치안은 극도로 불안했고, 제반 시설 관리 미흡으로 인해 도시 전체의 전기가 끊기는 것은 다반사, 극단으로 치닫는 두 정치 세력의 갈등은 상황을 악화할 뿐이었다.
베네수엘라라는 나라에 대한 문화적 친숙함도 전무했기에 카라카스는 저자에게 짐작조차 하기 어려운, 완전하게 타인의 땅이었다.

아르헨티나에는 보르헤스가, 칠레에는 아옌데가, 페루에는 바르가스 요사가, 콜롬비아에는 마르케스가 있어서 비록 한 번도 그 땅에 대한 실제 경험이 없었어도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고난받고 무엇으로 가슴 뜨거워지는지 짐작하는 바 있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 대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차베스라는 이름이 전부였다.(9~10쪽

완전한 타인의 땅에서의 은밀한 교류
저자는 친숙한 문학작품 속 상황을 호출하여 카라카스에서의 삶과 나란히 놓고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카라카스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아빌라산, 그 산이 드리우는 자욱한 안개 속에서 시간 경계가 흐릿해짐을 느끼며 저자는 제발트가 『현기증. 감정들』에서 묘사한 독일의 숲속 짙은 안개와 사냥꾼의 방랑을 떠올린다. 이 연상은 자연스레 저자 자신의 방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