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하루 종일 궁금한 양초
어두워지는 푸른 불
파피루아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민무늬 탁자
물고기 숲
물고기 비가 내리는 마을
유성
소원
나무들의 마을
검은 고양이
우리의 바보 같은 마음들
제2부
단 하나의 영상에서 돌고 도는 기념일
모두 다른 눈송이에 갇혀서
일렁일 때까지 일렁이고 싶은 마음
다람쥐가 있던 숲
엄마의 정원
태풍 같은 사람이 온다면
우산을 어느 손으로 쥐어야 하나
우산들
언제나 붉은 금붕어가 있다
어느 날 17층에 있다는 것
목욕탕
신호
단순하지 않은 마음
점선으로 만들어지는 원
제3부
함박눈
환한 집
어디선가 하얀 집이 지어지고 있다
말차의 숲
주전자가 할 수 있는 일
무용하고도 기나긴 용
그림을 못 그리는 화가 지망생의 편지
설이가 먹은 것들
우리가 모르는 수십억개의 계단들
모든 표정이 죽어간다는 것
투명한 병
저녁을 천천히 먹어야 한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괜찮지만, 그 마음만은 가지지 말아줘
빛은 나를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기차
희망
고요한 연은 하늘을 몇번이나 뒤집고
제4부
우리는 1층에서 자유로워
투명한 원
그 돌을 함부로 주워 오지 말아줘
공룡 같은 슬픔
세상의 모든 과학자
끝나가는 원
유령들의 드럼
비행하는 구름들
비밀
우리가 매일 지나치는 것
너의 신비, 그것은 세계의 신비
또다른 행성에서 나의 마음을 가진 누군가가 살고 있다
단 하나뿐인 손
해설|김미정
시인의 말
“네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너를 그것과 바꿔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작고 여린 존재들에게 건네는 촘촘하고 따뜻한 눈길
이 시집에는 ‘바보 같은 마음’, ‘일렁일 때까지 일렁이고 싶은 마음’, ‘단순하지 않은 마음’처럼 제목에서부터 ‘마음’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운 시가 많다. 복잡한 감정들은 제쳐두고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듯 보이지만 일상의 순간마다 밀려드는 다양한 마음들은 우리를 계속해서 멈춰 세운다. 이를테면 시집 곳곳에서 너울지는 “영문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흔들리는 마음”(「태풍 같은 사람이 온다면」, “슬픈 감정을 슬픈 노래로 무마하려는 마음”(「말차의 숲」, “알 수 없는 마음”이나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거미줄 같은 마음”(「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지 괜찮지만, 그 마음만은 가지지 말아줘」 같은 것들이다. 시인은 이러한 마음들을 단지 일상의 풍경으로 재현하고 나열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마음들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따라가면서 “서정의 진원지”(해설를 다시 묻는다.
“보이지 않는 거리의 조약돌처럼 우리를 넘어트릴 수 있”(「단순하지 않은 마음」는 위험이 도처에 가득한 세계에서 밝은 미래를 꿈꾸기란 쉽지 않다. 언제 어디서 슬픔과 고통이 터져 나올지 모르는 불안은 낯설지 않고, 함께 걸어가야 할 미래는 아득하고 막막한 쪽에 서 있는 듯하다. 특히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을 쌓아 올리는 것이 자연스러웠던 지난 몇년은 ‘너’와 ‘나’로 나뉘지 않은 ‘마음의 근원’을 묻는 이와 같은 작업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시인은 “멀리 있는 빛이/가까워지고 있다는 믿음”(「단 하나뿐인 손」과 “내가 지나온 모든 것이 아직 살아 있다는 믿음”(「단순하지 않은 마음」을 잃지 않는다. 혼란하고 어두운 지금을 명확히 인지하면서도 공허와 불안을 견뎌내며 담담하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한다. “하늘은 미래의 새들로 가득하고//날이 좋은 공원의 벤치에는/언제나 가능성이 있다”(「희망」고 단단히 붙잡으며 우리가 익히 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