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리베라, 벤 샨, 피카소, 로라 포이트러스……
자기중심주의와 불관용의 땅에서 발견한
관용, 연대, 저항의 조각들
옥고를 치르던 형들의 구명운동을 위해 방문한 뒤, 30여 년 만에 다시 찾은 미국은 자기중심주의와 불관용이 극심해지는 곳이다. 소수자를 향한 차별적인 언행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자로 부상하고, 여러 문화가 뒤섞여 “서로 갈등하고 항쟁”하는 다양성이라는 가치보다 ‘단일’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나날이 커지는 곳이다. 그런 미국에서 서경식은 자신에게 선의를 가지고 다가와준 이들과,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진실’을 용감하게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만난다.
자본주의의 대명사 미국에서 사회주의자로서 대중에게 침투하려던 디에고 리베라, 참혹한 현실을 그려내며 자신의 그림을 저항과 연대의 무기로 삼았던 벤 샨,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에 항의하며 미국으로 망명한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와, 미국의 국가 폭력과 감시를 문제 삼아 도발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로라 포이트러스……. 서경식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미술관 복도를 거닐며, 부정의에 저항하며 해방의 씨앗을 심으려고 했던 예술 작품을 감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암담한 현재를 똑바로 응시하며 “쓰고 그리는 일”의 의미를 묻는다.
“예술가는 항상 오만함에 맞서는 기개와, 시퍼렇게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모멸의 태도를 갖춘 자”라는 벤 샨의 말처럼, 서경식이 불러낸 예술 작품들은 우리가 부정의에 맞서고 선의를 나눌 줄 아는 ‘인간’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배제의 목소리가 높아져가는 미국에서 그가 발견한 관용과 연대, 공감의 조각들은, 우리를 “자기중심주의와 불관용”의 세계가 아닌 “복수의 문화가 부딪히는”, “환대와 자유”의 세계로 이끌 것이다.
폭력이 진부해지는 시대,
이정표가 되어줄 디아스포라 지식인의 사유
“우리는 앞으로 긴 악몽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라는 그의 말대로 세계는 ‘긴 악몽의 시대’에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