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 무채, 시래 모두 풋풋한 청춘이었다
라디오를 친구 삼는 몽상가 민수, 얼굴이 하얀 기타 치는 무채 형, 민수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하는 시래 누나. 이들 셋은 모두 창창한 미래를 앞두고 있는 청춘이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더 큰 미래를 기대하며 도시 광주로 간다.
아직 봄의 기운이 채 사라지지 않은 5월 광주, 시내가 심상치 않다
도시에 계엄군이 진입하고 믿기지 않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동네에 큰일이 있으면 일을 돕던 같은 나라 군인들이 시민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는 목격담을 듣게 된다. 소식이 없는 무채를 걱정하여 찾아간 민수와 시래에게 무채는 ‘계엄군은 인간 사냥꾼’이라며 ‘재수 없으면 죽는’다고 시내 상황을 전한다.
계엄군이 물러간 광주는 축제이다, 해방의 공간이다
계엄군이 물러간 광주에는 체육대회에서 본 가장행렬과도 같은 축제 행렬이 이어진다. 총구멍이 뚫린 버스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군용트럭과 장갑차도 축제 행렬을 이루고 있다. 이 축제 행렬에 난리 통에는 절대 나돌아다니면 안된다고 손주들을 단속하는 할머니만 유일한 이방인이다. 할머니는 ‘니가 해방이 뭣인지 아냐?’며 동학군도 나라 전체를 바꾸지 못하고 동네 몇 군데 바꾼 것에 불과해 그렇게 되었노라고 한다.
민수의 심장을 겨누는 총구, 오로지 목표를 향해서 달려드는 본능밖에 없는 총알
계엄군은 군홧발로 개머리판으로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잔인함의 경계를 넘어서는 폭력을 즐긴다. 누런 마대에 겹겹이 덮여 있는 민수를 인간의 눈을 한 아버지 얼굴을 한 군인이 나타나 구해 준다.
17살 소년의 동경과 설렘 그리고 아득함을 읽어 내려가며 작가가 경험한 그 특별한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 역사 속으로 함께 휩쓸려 들어간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그 역사는 그를 기억하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깊은 울렁임을 일으킨다.
이러한 경험들이 역사가 되어 바로 지금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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