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가 생각나요.
이제 막 태어난 아기들의 모습이 비슷하듯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의 모습도 비슷하다. 얼굴엔 검버섯이 여기저기 피었고 세월이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주름과 하얗게 새어버린 듬성듬성 빠진 머리카락. 그러나 한결같은 모습이 있다. 가족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이 가득한 표정, 더 깊게 파인 주름진 웃음이다.
세상에 나이 들지 않는 사람은 없다.
대한민국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105세. 가족의 품을 떠나 홀로 생활하는 요양원에서의 시간은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인생 4막이다. 방연순 할머니는 그곳에서 10년 넘게 생활하고 계신다. 손녀 공가희가 할머니를 뵈러 요양원에 갈 때마다 벽에 붙은 그림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고 한다. 한평생 글 모르고 생활하신 할머니의 그림이 손녀의 눈에 더 각별해 보였을지 모른다. 본인 이름만큼은 그래서 더 화려하게 색칠하지 않았을까. 어떤 그림보다 빛나 보이고 싶어서.
우리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
100년 전과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달라졌다. 평균 수명은 길어졌고 비혼도 증가하고 있으며 출산율 역시 걱정될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 가족이나 부모, 자식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생의 마지막은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보내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하늘나라로 가시면 사용하시던 침대는 금세 정리되고 물건들은 유품이 된다.
긴 세월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사신 방연순 할머니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록이 될 할머니의 그림으로 우리가 세상에 남기고 싶은 기록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