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들어가며
주요 용어
1장 좀비감: 직관의 소멸?
자연주의적 전회│반동분자들│좀비의 당혹스러움│넓은 기능주의와 최소주의│환상의 미래
2장 의식에 대한 삼인칭 접근
화성에서 온 과학자│통속 이론과 철학│타자현상학 다시 보기│타자현상학과 데이비드 차머스│이인칭 관점
3장 의식이라는 ‘마술’ 설명하기
마술을 설명한다는 보람 없는 일│관객 해체하기│그 소리 나는 카드│
4장 감각질이 우리 삶을 살 만하게 해 주는가?
감각질, 잡기 어려운 용의자│변화맹과 감각질의 문제│클라프그라스 씨의 달콤한 꿈과 악몽
5장 로보메리가 아는 것
메리와 파란 바나나│‘확실히’ 그는 놀랄 거야│당신은 그래 봤어야 해!│로보메리│잠긴 로보메리
6장 우리는 지금 의식을 설명하고 있는가?
합의를 향한 힘겨운 길│대박을 위한 경쟁│어려운 문제가 또 있는가?│하지만 ‘감각질’은 어쩔 것인가?│결론
7장 환상의 메아리 이론
덧없는 명성│즉석 재생
8장 의식: 그것은 실제로는 얼마인가?
참고문헌
주
찾아보기
무수한 세포들 사이에
의식 주체의 자리는 있는가
우리의 신체는 수조 개의 세포로 만들어져 있고, 각각의 세포에는 마음이 없다. 빵 반죽을 부풀게 하는 효모 또한 생명이지만 의식적이거나 자각적이진 않다. 내 몸속 세포 중 어느 것도 내가 누구인지, 내가 무엇을 신경 쓰는지 알지 못한다. 의식적 주체를 설명하려 한다면 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세포들로부터 뭔가를 아는 세포 조직들로의 이행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를 두고 하나의 의식적 자아, 하나의 마음이라는 총본부로 기능하는 체계나 영혼과 같이 마법적인 부가 요소가 개입한다는 관념이 한때 의식에 관한 가장 우세한 표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이원론은 거짓이라는 광범위한 합의가 있다. 우리 각자는 물리적인, ‘마음이 없는 로봇’으로 만들어졌을 뿐 결코 어떤 다른 비물리적인 요소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흔히 생각하는 주체를 묘사할 때 뇌 안에 누군가가 있어야 할 자리를 생각한다. 이를 데카르트적 극장이라고 한다. 의식을 영화를 감상하듯 객석에 앉아 뇌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찰하는 존재라고 보는 관점인 것이다. 이는 정신과 물질을 구분하는 이원론을 전제한 개념인데 정신과 내적 자아가 자리하는 공간이 어딘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데닛은 우리의 뇌에 그러한 공간이 따로 없다고 지적한다. 뇌 안의 더 작은 행위자, 생물학적인 요소의 역할을 무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데닛은 의식의 다중 원고 모델이라는 자신의 이론을 전개한다. 의식이 발생하는 자리 따위는 없다. 다만 뇌의 모든 정신 활동은 감각 입력이 각각 독립적으로 처리되고, 연속적으로 편집되고 수정, 해석된 결과물이다. 뇌 안의 정치적 대박을 위한 ‘정보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있겠지만 우리가 자연스럽게 전제하는 1인칭 주체는 그 경쟁의 다양한 후속 효과들 속에 이미 통합된 결과일 뿐이며 단일하고 고정 불변한 존재가 아니다. 데닛은 이 의식의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3인칭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것이 타자현상학이다. 의식의 주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