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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상업의 역사 1 : 왕조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경성의 산업
저자 박상하
출판사 주류성
출판일 2024-01-23
정가 22,000원
ISBN 978896246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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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사람은 누구나, 어차피 그 무언가를 팔면서 살아간다

「제1장」 5백 년 전통의 조선상계 ‘종로 육의전’과 ‘보부상단’
백여 년 전 서울의 풍경, 신비로운 샹그릴라
5백 년을 이어온 조선의 상계, ‘종로 육의전’
종로 육의전, ‘금난전권’으로 상권을 지켜오다
이방인의 눈에 비친 생게망게한 옛 ‘장터 풍경’
두메산골의 장터까지 누빈 장돌뱅이 ‘보부상’
‘조선상계’의 길목을 장악한 전국 4대 상단商團

「제2장」 개항, 조선 상계 ‘종로 육의전’의 붕괴
왕조의 도성 안에 격증하는 일본인들
개항으로 급조된 인천의 제물포
호텔의 탄생, 대불호텔에서 손탁호텔까지
개항으로 붕괴하고만 종로 육의전의 최후
종로 육의전의 마지막 후예 ‘대창무역’

「제3장」 5백 년 ‘한성’에서 상업 중심의 근대도시 ‘경성’으로
변모해 가는 한성, 도심 속을 달리는 전차
강철 같은 별표 고무신과 안창남에 열광하다
유행을 키운 활동사진, ‘몽 파리’
돈 놓고 돈 먹기, 불붙은 전당포와 고리사채업
은행의 탄생, 조선은행에서 동일은행까지
우후죽순처럼 세워지는 근대 건축물들

「제4장」 경성의 젊은 상인들, 종로 거리로 돌아오다
궁중의 비방으로 탄생한 동화약방의 ‘활명수’
왕조가 망하자 잡화 상점 차린 왕족
개화경 장사로 종로 상계에 다시 진출하다
경성의 자동차왕, 민규식에서 방의석까지
맨손으로 이룬 첫 근대기업가 ‘박승직상점

「제5장」 조선의 3대 재벌 김성수·민영휘·최창학
조선의 3대 재벌, 김성수·민영휘·최창학
은행장 박영철, 민대식, 김연수의 하루
조선은행 지하 금고와 총독부 월급 3백만원
‘종로 삘딍’과 ‘한청 삘딍’의 빌딩 쟁탈전

「제6장」 경성의 젊은 여성들, 시대를 거역하다
조선극장과 단성사, 명월관과 식도원
신문사 사장 월급 5백 원, 4만 원 저축하는 기생
최초의 토키-영화 ‘춘향전’ 첫날 흥행 1,580원
60만 원 던져 호텔 짓는 김옥교 여사장
현대 ‘쌀라리맨’의 수입과
선택된 소수의 사실만이 살아남은 100년의 도전과 응전, ‘상계의 역사’

우리의 근대 상업사商業史는 일천하다. 이웃 나라만 보더라도 우리하곤 사정이 다르다. 중국은 이미 1872년부터 ‘상인을 초청해서 설립한 공기업’이란 뜻의 해운회사 ‘윤선초상국輪船招商局’ 설립을 시작으로, 상업을 넘어 기업이 급속하게 늘어났다. 일본 역시 민간 철도회사인 니혼철도(1881와 오사카방적(1883을 시작으로 근대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그에 반해 우리의 근대 기업사는 턱없이 짧은데다 초라하기까지 하다. 20세기에 들어서야 겨우 ‘경성방직’과 같은 근대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 그나마 제대로 조명된 적도 없다. 왜 그랬던 걸까?

이건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역사를 붙잡고 따져 물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상업사에서 기업사에 이르기까지 움터 오를 수 있는 토양이나 씨앗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땅을 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먼저 오늘날 우리의 토대를 이룬다는 조선왕조만 해도 그렇다. 조선왕조 땐 상업을 하고 싶다고 하여 아무나 상업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태조가 새 왕조를 창건한 이래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으면서 일반 백성들에겐 상업을 허락할 수 없다는, 이른바 ‘억말무본抑末務本’이라는 국시를 추상같이 견지 해온 까닭이다. 따라서 조선왕조는 상업에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상업 활동은 백성들을 간사하게 만들뿐더러 통치 이념의 교화에도 어긋난다 해서, 심지어 농산물의 유통에까지 소극적이었다. 유교의 정신주의만을 강조했을 뿐 자본 축적의 기회에 손이 미치지 못했다. 물론 선말에 이르면 통공通共을 시행하기도 한다. 정조(1791 연간에 ‘누구나 상인이 될 수 있다’라고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다 한성의 바깥에서나 가능한 소리였다. 도성 안의 알토란 같은 상권을 제외한 찌꺼기나 다름없는 나머지곳들, 그리하여 도성 바깥으로 나가 하찮은 푼돈이나 주고받는 상거래에 한정한다는 논의에 불과했다. 왕조의 기왓장이 허물어져 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