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1부 - 서당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한다
송화 소나무꽃
사월 사월
영조 작은 새
문외와성 문밖에 개구리 울고
만음 생각나는 대로 짓다
우음 우연히 읊다
청후 비갠 뒤
구월 구월
단풍 단풍잎
사화촌 그림같은 마을
2부 - 홀로 마루에 앉아 시 짓는다
몽화 꽃송이
삼월 삼월
달야 슬픈 밤
심야 깊은 밤
청영 맑은 날
유월 유월
무사금일 심심한 하루
효성 새벽 글 읽기
망회어 가르침을 잊은 채
등여 공부의 단계
3부 - 마음 속 볕꽃이 피네
춘한 봄 추위
명경 도시의 아침
행서당 서당가는 날
화양 볕꽃
화우 꽃비
성묘 성묘 가던 길
아매 여동생
규목 느티나무
십일월 십일월
은색천 은빛 먼 하늘
4부 - 석양에 쓸쓸히 저녁 볕 담는다
능조 새가 날다
일장만 저물어가는 하루
옥천 맑은 샘
운월 구름을 넘다
팔월 팔월
사양 지는 볕에
십월 시월
호료 쓸쓸한 산
추상 가을 서리
자작목 자작나무
시평
나가는 말
岵寥 호료
쓸쓸한 산
晩秋山寒跡 만추산한적
늦은 가을 산은 차고 인적은 끊겨
相面逅枝星 상면후지성
만나는 것은 앙상한 나뭇가지
歡聲啄木鳥 환성탁목조
딱따구리 쪼는 소리 반가운데
遇片雲容醒 우편운용성
잠 깬 구름 짝 찾아 날아가네
제목으로 쓴 호료는 쓸쓸한 산으로도 읽히지만, 빈산으로도 읽히는 중의적 문구다.
어쩌면 이것은 어린 시인이 정제되지 못한 시간에 대한 슬픔이나 불안 같은 거 아닐까. 일종의 상실감일 수도 있는 ‘늦은 가을 산은 차고 인적은 끊겨’ 라는 말이 글방 뒷산을 말하는 건지 아니면 어린 시인이 사는 집 계양산을 말하는 건지는 알 수 없으나 ‘만나는 것은 앙상한 나뭇가지’ 그가 만나고 싶은 것은 앙상한 나뭇가지가 아니라 따뜻한 가족의 품일 것이다. ‘딱따구리 쪼는 소리 반가운데’ 가족이 모여서 이야기꽃 피우며 하루를 보내고 싶은 시인의 심정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잠 깬 구름 짝 찾아 날아가네’ 다시 현실로 돌아와 글공부해야 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리움과 슬픔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어린 시인의 시작詩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