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우리의 발아래 생기는 그림자이며
동시에 앞길을 비추는 빛이다”
역사의 쓸모를 고민해본 이들에게
독일 역사가가 던지는 담대하고도 예리한 제언
‘역사, 이거 배워서 어디에다 써?’ 역사 수업을 들어본 이라면 누구든 한 번쯤 해보았을 생각이다. 언제 인간이 처음 불을 피우기 시작했고, 언제 전쟁이 일어났고, 언제 어느 나라가 독립을 했는지 대체 알아서 무엇하겠는가. 우주에 로켓을 쏘아 올리고 화성 탐사를 가는 이 시대에, 로봇이 사람 대신 일하고 인공지능이 대학 과제를 대신 해주는 이 시대에, 그런 지식을 꿰고 있는 것이 어쩌면 큰 의미가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과학기술은 분명 과거에 비해 현저히 발전했다. 그런데 이 눈부신 기술 발전의 저변에는 우리 국가와 사회가 공통적으로 품고 나아가는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규범과 가치가 있다. 18세 이상의 모든 성인에게 차별 없이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기초 교육을 평등하게 받을 수 있는 것,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의료진에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하고 급여를 받거나 매출을 얻는 것, 국가와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 우리는 이런 가치들을 특별히 인식조차 못 할 정도로 당연하게 누리고 있지만, 누구도 이것들이 어떻게 세상에 태어나 지금 우리 손에 쥐여 있는지는 생각해보지 않는다.
인류가 민주화를 이루고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종교의 자유를 인정받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고 피를 흘렸는가. 현대 국가들이 갖추고 있는 사회복지와 시장경제 체제가 만들어진 과정은 또 어떤가. 하지만 그 노력과 투쟁의 역사를 돌아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세상이라는 앨범의 마지막 사진만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역사를 알고 배운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이 지점, 즉 인류가 걸어온 길을 마주보고 그 길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성찰하며 이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 나아갈 길을 내다보는 데서 태어난다.
《역사의 가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