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증보판 서문 6
01 길가메시 : 삶과 죽음을 관조하는 최초의 서사시 11
02 신의 무지 인간의 체념 : 에우리피데스의 『바카이』 31
03 이븐 바투타의 주유천하 : 이슬람 초문명권 55
04 광기에 찬 차르 : 이반 뇌제의 러시아 만들기 79
05 신은 목마르다 : 아스테카 제의와 기독교의 만남 105
06 치즈와 구더기 : 큰 세상을 작게 보기 129
07 마녀에게 가하는 망치 : 악의 고전 155
08 바타비아 : 유럽 문명의 무덤 181
09 카사노바 : 계몽주의 시대 사랑의 철학자 207
10 고양이와 여인 : 근대 유럽의 저항 문화 233
11 문명의 어두운 빛 : 아프리카와 서구의 조우 261
12 만지로 : 일본 근대화의 숨은 영웅 287
13 벨러미와 모리스 : 행복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꿈꾸기 307
14 밤과 안개 : 홀로코스트·이미지·기억 331
15 68운동 : 현대 사회를 변화시킨 상상력의 혁명 359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역사가도 일요일에는 다른 일을 하고 다른 꿈을 꾸고 싶다!”
『일요일의 역사가』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승진과 정년 보장을 위해 필요한 전공 분야 논문과 연구서를 써야 하지만 일요일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던 주경철 교수가 일요일에 동네 산책하듯이 편한 마음으로 일반 대중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획된 책이다. 학문을 위한 학문에 매몰된 기존 학계의 관습과 언어에서 벗어나 현재를 살아가는 의미를 좇는 역사학자 주경철의 작업은 그래서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학술적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보니 저자의 관심도 다채롭고 광범위하다. 고대에서부터 현대까지, 유럽에 아프리카까지 시공간을 망라한다. 이를테면 「길가메시」를 통해 지리적 의미의 문명 확산과 동시에 내적 성숙을 이뤄가는 인간 내면의 문명화 과정을 읽어내고,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바카이」를 통해서는 혼돈과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세계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그리스 문명의 특질을 짚어낸다. 16세기 멕시코의 성화 ‘과달루페의 성모’를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토착 신앙을 가톨릭 신앙으로 대체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독특한 정체성을 이야기하며, 16세기의 저 유명한 ‘바벨탑’의 화가 피터 브뤼헐의 「악녀 그리트」를 통해 18세기 고양이 대학살 사건이 폭로하는 근대 사회의 억압과 저항의 문화를 조명한다. 이밖에도 제국주의 팽창이 내세운 인간 진보 계획의 이면에 숨어 있는 탐욕과 악행을 조셉 콘래드의 소설 『암흑의 핵심』을 통해 들여다보고, 정치 혁명으로서는 실패했지만 기성체제의 균열을 내며 변화의 씨앗을 뿌린 68운동을 통해 역사 발전의 흐름을 살핀다.
유럽중심주의에서 벗어난 균형 잡힌 시각
선량한 야만인도 식인종도 없는, 역사 속 희생된 여성의 복권까지…
한편으로, 서구 문명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이 책의 핵심이 닿아 있다. 서구 문명, 그중에서도 근대 이후의 유럽 문명이 인류사에 미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현대 사회의 물질적 토대가 유럽의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