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신춘문예에 당선한 소설가 여러분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밝게 맑게 만들어 주기를 희망합니다. 문학 작품 한 편이 나무 한 그루와 같다는 말을 자주 인용합니다. 나무가 없으면 우리가 사는 지구는 사막이 됩니다. 그런 사막에서 인간이 살 수가 없습니다. 문학 작품은 그런 나무 한 그루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인정의 향기로 이어주어 인정이 메마른 사막이 되는 것을 막아줍니다.
-김호운(소설가·한국소설가협회이사장
책 속에서
혜진은 대단한 부자가 되기를 꿈꾸며 집 주인이 된 건 아니었다. 그저 원룸이 불편했고 전세금을 떼이는 게 불안했다. 저녁으로 먹은 생선 냄새 정도는 환기시킬 수 있는 넉넉한 공간의 주거 시설에서 살고 싶었다. 혜진은 비싸지 않은 외곽의 아파트를 매수했고 그곳은 곧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됐다. 아파트 곳곳에 안전진단을 준비한다는 현수막이 붙었고 여러 부동산에서 매도를 권유하는 전화를 걸어왔다.
혜진은 자연스럽게 갈아타기를 거듭하며 금세 목돈을 마련했다. 적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였다. 혜진은 스스로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아파트 외에 투자한 낡은 다세대 주택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강 할아버지 사건이 터졌지만 좀 놀랐을 뿐이지 금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다. 상만은 이런 혜진의 사고방식에도 낯설다는 표현을 했다. (「시계(視界를 넘어」
아내의 손을 꽉 잡았다. 내 손과 아내의 손이 닿은 공간에 땀이 찼다. 우리의 모습을 차분히 지켜보고 있던 방사선사가 화면을 띄웠다. 우선 아기 크기를 재 볼 건데요. 여기 하얗게 보이는 게 위에서 본 머리뼈예요. 좀 더 내려오면……. 심장 뛰는 거 보이세요? 이쪽 아래가 배 부분이고요. 까맣게 보이는 게 위장이에요. 여기 보시면 양수를 먹기 때문에 위 안이 이렇게 차 있습니다. 여기가 머리고… 이게 뒤통수, 요게 정수리, 이 안에 하얀 거 보이시나요? 이게 코뼈 부분인데요. 뼈를 확인하는 이유는 이 주수에 코뼈가 안 보이는 아기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