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지연
나 아기 낳았어! 여러분! 김지연이 아기 낳았다고요! 예쁜 내 아기!
간호사
산모님! 산모님! 아기 한번 안아보셔요!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고 간호사가 보듬어 주는 핏덩이를 가슴에 안는 지연. 이 세상을 다 품에 안은 듯 너무도 감격스러워 조금 전까지 이를 악물었던 분만의 고통도 봄눈 녹듯 사라졌다. 의사는 첫 출산이 늦은 편이라고 제왕절개를 권유했지만, 끝까지 자연분만을 고집한 지연. 어미로서 새 생명에게 무엇 하나라도 순리를 선물하고 싶었다. 배와 허리를 꽉꽉 찔리는 아픔으로 시작한 진통이 이틀을 넘기자 의사는 촉진제를 권했지만 거절했다. 담당 의사는 위험하다며 오후 6시, 제왕절개 수술을 선언했다.
--- p.19
준수
애를 어떻게 봐? 내가 왜 이래. 무얼 어쨌다고.
활짝 열려 있는 현관문. 처음 가보는 은아네. 넓은 거실. 갈색 가죽 소파가 놓였고 벽면 장식장. 그리고 확대한 은아 사진, 첫돌 사진 걸린 벽. 대형 TV. 그리고 작은 금붕어 수족관. 현관의 유모차, 거실에 그네, 보행기 등 어질러진 장난감들. 그리고 마침내 보았다. 2층 오르는 나선형 실내 계단을. ‘2층 문 막았겠지. 그래서 아기 울음이 가까이 들렸나 보다.’
지연
좀 앉으세요. 인삼차예요.
준수
아, 예.
그때다. 안방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은아. 손으로 눈을 비비며 나오다 그를 보곤 기겁하는 아이. 엄마에게 달라붙어 울기 시작.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지연.
지연
은아야, 잠 깨봐! 아찌야, 아찌?
--- p.142
아이들 합창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김은아 생일 축하합니다!
이때 현관문 열리고 거실로 들어서는 진회색 슈트 차림 키 큰 남자. 손에는 예쁘게 포장한 쇼핑백과 은아 꼬마 친구들 선물 크레파스, 스케치북 잔뜩 든 쇼핑백.
그때 그를 맨 먼저 본 남자아이 소리친다.
아이 1
은아야, 너 아빠 오셨어! 은아 아빠!
아이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