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부 사슴의 알, 바닷게의 꼬리
측천무후가 백비(白碑를 남긴 까닭은
인물이 머물러야 명산이다
사슴의 알, 바닷게의 꼬리
혼자 살아도 두렵지 않고 세상과 떨어져도 걱정하지 않는다
이 일 저 일 떠들어대느냐?
도화꽃 핀 곳이라면 어디라도 신선세계로다
금은 불에 들어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시를 남기다
어떤 고난이든 내 기쁨의 계기로 삼는다네
연탄불도 때로는 등불이 된다
시련의 기록이 있어 그 거리는 더욱 아름답다
끝과 시작을 구별하지 말라
남의 잘못에는 추상 같지만 자기 허물에는 관대했다
지도 보며 방 안 휴가를 즐기다
2부 모서리 한켠이라도 밝힐 수 있다면
푸른 동백숲에 붉은 횃불 꽃
뱁새가 황새 걸음을 하면 가랑이가 찢어진다
눈을 이고 있는 대나무
‘순간’을 포착하여 ‘영원’을 만들다
임명장이 어떻게 바위 굴까지 왔는가
가출하면서 시 한 편을 남기다
모서리 한켠이라도 밝힐 수 있다면
세상을 떠나서 따로 진리를 찾지 말라
아홉 용이 물을 뿜다
부인도 무시한 낙방자를 반겨주는 것은 강아지뿐
두물머리에서 글 읽으며 노년을 보내다
맑지도 탁하지도, 높지도 천하지도 않은 경지
술을 대신하여 차를 권하다
범종을 치면 작은 소리들은 사라지는 법
3부 책이 천 권이요, 술은 백 병이라
고관대작 무덤보다 구석의 허난설헌 묘를 찾는 까닭은
영정을 보며 생전 모습을 찾다
‘가기 싫다[不肯去]’고 버틴 곳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의 일을 모두 알다
일지매, 절제 속의 처연한 미학
종소리는 양수리를 지나가는 나그네가 듣고
나무마다 모두 상복인 흰 옷을 입었네
봄이 와도 봄이 아니구나
자기 때를 알아야 한다
책이 천 권이요, 술은 백 병이라
여산의 진면목을 알 수 없구나
악처로 낙인 찍히다
망가진 왕조의 흔적을 만나다
죽으면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4부 맑은 물엔 수건을, 흐린 물엔 걸레를
왜 벚꽃은 피어남과 동시에 떨어지는가
더위
옛사람들이 남긴 고전이라 할 만한 것, 한시
그 속에서 찾은 ‘오늘’을 사는 법
흔히 ‘한시는 어렵다’고 말한다. 요즘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한자로 기록된 것이 첫 번째요, 한정된 글자 안에 많은 뜻을 담고 있기에 그 의미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한시를 오롯이 감상하기보다는 분석하는 법을 가르치는 입시 위주의 교육도 여기에 한몫할 것이다. 하지만 한시는 그리 어려운 무언가가 아니다. 옛날의 사람과 오늘의 사람은 살아가는 시대가 다를 뿐, 결국 한 생을 꾸려나가는 한 존재라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시는 오늘날 우리가 읽는 시와 다름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시에는 ‘특별한 것’이 숨겨져 있다. 그건 한시를 쓴 이들이 문인이나 학자, 승려 등 당대의 지식인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작품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드는 무언가가 있는 것만이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언제든 사람들에게 울림이 있는, 그래서 ‘고전’이라고 불릴 만한 것이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한시다.
이 책은 불교계 대표 문장가이자 한문 고전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는 원철 스님이 옛 문헌에서 가려뽑은 한시의 명구만을 옮기고, 이를 바탕으로 그 속에 담긴 이야기와 의미를 더한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알려주는 것은 ‘한시’를 분석하고 번역하는 방법이 아니다. 한시는 소재일 뿐,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사람’과 우리들의 삶,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는 법에 말한다. 이를 통해 옛사람들의 가르침을 어떻게 거울 삼아 오늘을 살아가야 할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불교계 대표 문장가이자 한문학에 정통한
원철 스님이 한시에서 길어올린
혼자라도 걱정 않는 삶을 사는 법
이 책에 수록된 59편의 글은 각기 다른 한시 구절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그 가운데에는 마음이 철렁하다 싶을 정도로 내 생각을 깨부수어 주는 구절도 있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게 하는 구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