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내 문학의 강
1. 깨끗한 물
2. 해빙
3. 가장 짧은 낮
4. 그들의 손톱
5. 스촨
6. 말 장화를 삶다
7. 무월霧月의 외양간
8. 돼지기름 한 항아리
9. 눈 커튼
10. 말 한 필, 두 사람
11. 꽃잎 죽
12. 가는 비 내리는 그리그해의 황혼
13. 친구들아 눈 보러 와
14. 감자 꽃
15. 백설의 묘원
16. 어골
옮긴이의 말: 아름다운 북방의 동화
햇빛과 별빛을 마음에 흩뿌리며 어른의 문턱에 서는 아이들
츠쯔젠의 소설에서는 동사, 형용사의 사용이 인상적이고 직유법이 작품을 빛나게 만든다. 생선 알만 한 물방울, 연륜이 다른 두 가닥의 푸른 콧물, 어둠 덕분에 목숨이 간들간들한 별빛들, 물고기 비늘을 깎는 듯한 눈 내리는 소리…….
작가가 특히 섬세하게 조명을 비추는 것은 어린아이들이다. 「깨끗한 물」에서 여동생 톈윈은 요염한 자태를 흉내 내며 서둘러 어른의 세계로 진입하려 한다. 반면 오빠 톈두는 별빛과 달빛을 제 마음속에 담아두는 아이로, 그 마음은 기억을 향해 뒷걸음질친다. 흔히 유년기는 어른이 되어 되새김질하는 가운데 서정적 역사로 각색되곤 하지만, 톈두는 어린아이인데 ‘회고’라는 것을 할 줄 안다. 게다가 아이는 할머니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노추老醜의 역사를 미리 읽기도 한다(은하로 통하는 하늘길이 자신에게 쏟아져 내려 마음속에 쌓인 울분을 씻어주길 바라면서. 1년에 한 번 목욕하는 설날, 가족들의 목욕물 데우기를 도맡게 된 톈두는 이 일을 싫어하면서도 가족이 한 명 한 명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뜨겁고 깨끗한 물로 갈아준다. 물을 데우려고 장작을 때며 중간중간 허리를 펴고 위를 쳐다보면, 하늘은 톈두의 마음에 별빛을 흩뿌려준다. 마침내 그가 목욕할 차례가 왔고,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아이의 시 같은 언어로 마무리된다. “특별히 별빛이 쥐엄나무 꽃으로 변해 내가 목욕하는 목욕통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고!”
「무월의 외양간」의 주인공 바오주이는 양아버지, 엄마와 한방에서 자다가 언젠가부터 집 밖으로 나와 외양간에서 소들과 함께 자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는 어릴 적 아침부터 밤까지 안개가 잔뜩 끼는 무월霧月에 양아버지에게 맞고 여물통 난간에 부딪혀 추락한 뒤 지적장애가 생겼다. 말하자면 머릿속에도 회색 안개가 껴 기억도 끄무레해진 건데, 이 일을 범한 양아버지는 자신의 과오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 엄마나 바오주이는 꿈에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양아버지가 죽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