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현실 게임으로 유쾌히 풀어낸 여성 청소년과 몸 이야기
주로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여성들이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슬로건을 걸고 펼치는 운동, ‘자기 몸 긍정주의’가 한때 우리나라에도 열풍을 일으켰다. 자기 몸을 사랑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당연하고 올바르게 들린다. 그런데 『빅토피아』를 읽다 보면,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왜 자신의 몸을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일까? 우리는 자신의 몸을 사랑해야만 할까? 그렇다면 그것이 노력으로 가능한 일일까?
고도 비만인 주인공 희지는 청소년의 국민 간식 탕후루를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 비만한 몸으로 길거리 음식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희지는 사소한 일상에서까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정상 체중’인 희지의 친구들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프리 사이즈’로 판매하는 손바닥만 한 치마를 입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싶어 하고, 신체검사를 대비해 한 번의 폭식 후 서로의 식사를 감시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한편 희지가 빅토피아에서 만난 친구 ‘겨울방학’은 패션에 관심이 많지만 옷 태가 나지 않는 자신의 몸을 한계로 여겨 스트레스를 받고, 희지는 빅토피아 안에서도 과체중에 불과한 친구 ‘백설기’에게 질투를 느낀다.
이처럼 책은 여성 청소년들이 마주한 몸에 대한 고민을 뼈저리게 공감 가도록 그려 냈다. 그리고 이 고민들을, 3라운드의 게임을 통해 시원하게 풀어낸다. 현실에서는 입을 수 없던 화려한 옷을 입고 런웨이를 워킹하는 1라운드, 지난날의 상처와 음식물로 만들어진 좀비를 때려잡는 2라운드, 덩치가 너무 커 팬티 한 장을 지어 입지 못한 설문대할망의 팬티를 완성하는 3라운드는 모두 몸에 대한 고충을 가볍게 승화시킨다. 통쾌한 게임 세 판이 진행되는 동안,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도 여러 질문이 스쳐 갈 것이다. 그리고, 여러분도 희지와 같은 대답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 나는 내 몸을 사랑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