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아까 달에 갔을 때 뭘 봤느냐고 물었지?
이제야 그 질문에 대답해 줄 수 있겠군.”
미지의 풍경에 숨겨진 열두 가지 이스터 에그
황도 12궁, 올림포스 12주신, 12간지, 마제스틱 12…
낯선 세계의 한 단면을 비밀스럽게 들춰 보이는
1년 열두 달간의 여정
2018년, 2020년 SF어워드 중단편 부문 우수상, 2023년 장편 부문 우수상을 수상하며 면밀하고도 신선한 작품 세계로 주목받은 이산화 작가의 초단편소설집 『전혀 다른 열두 세계』가 읻다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작가가 2022년 1월부터 12월까지 『고교 독서평설』에 연재했던 열두 편의 짧은 글들을 수정하여 엮은 것으로, 1년간의 치열한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한정된 지면에서는 풀어놓지 못했던 해설과 뒷이야기가 담긴 〈열세 번째〉 글과 〈작가의 말〉도 함께다. 작가는 이 글에서 인물, 세계, 사건 등의 작은 실마리도 살뜰히 밝히며 이산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독자들부터 장르 문학에 처음 발을 들이는 SF 초행자들까지 두루 반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규칙은 작가가 매달 각기 다른 ‘열두 가지로 이루어진 것 가운데 하나’를 소재로 선택해 그 힌트를 소설 곳곳에 배치해 두었다는 것이다. ‘12’라는 숫자로 느슨하게 연결된 낯설고 기묘한 열두 편의 짧은 이야기. 수수께끼의 정답을 확인하는 것처럼 소설 끝에 실린 〈열세 번째〉 글과 〈작가의 말〉까지 챙겨 읽는다면 독자는 이 단편들이 모두 밀도 높은 과학적 상상력으로 짜여진 “이상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끝에 품게 되는 질문은 열세 번째 열네 번째 세계로 뻗어나가며 우리 안에서 오래 공명할 것이다.
열세 번째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제가 아닌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도록 하겠습니다. 과연 또 어떤 형태의 세계가 가능할까요? 우리의 육체가, 우리의 생각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어떤 방식으로 바뀌고 뒤틀리고 부서질 수 있을까요? 변화의 결과물은 우리에게 익숙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