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봄비는 길고 가느다란 은젓가락
우산·16 감자 도깨비·18 역할놀이·20 물난리·22 독립군·24 주차장의 비밀·26
이해할 수가 없어·28 치과로 간 빨래집게·30 겨울 연못·32 지구공·34 봄비·36
비 오는 날·38 다른 이유·40아스팔트는 너무 딱딱해·42 도둑고양이·44
제2부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아 주춤거리던 엄마구름
냉이 버스 정류장·48 물이 꽃이 될 때·50 가만히 생각하니·52 겨울 벤치·54
늦은 인사·56 제 흉은 몰라·58 야생 오리의 자랑·60 못 찾겠다 꾀꼬리·62
바늘의 경쟁·64 날개·66 홍시 떨어진 아침·68 엄마 구름·70 퀴즈·72 이름·74
별일 아닌 이야기·76
제3부
백 년쯤 로댕처럼 턱 고이고 고민을
꼼수·80 잠깐 투수·82 이가 빠진 줄도 모르고·84 직업소개소·86 정의와 의리 사이·88 설득의 달인·90 미운 정 고운 정·92 비밀·94 반응·96 번갯불·98 물가·100
좋은 예감·102 튀고 싶은 도라지꽃·104 다행이야·106 뻥튀기 아저씨·108
제4부
선생님은 똥만 찾아다녔다
눈의 의미·112 할머니와 코끼리·114 전쟁놀이·116 수양버들에게 듣다·118
똥을 찾아서·120 그림자 떼어 놓기·122 베개싸움·124 할머니가 보고 싶을 때·126 꼼짝 못 하는 왕·128 몰래 버려봤자·130 공통점·132 뉴스 때문에·134 똥차·136
가려운 데만 빼놓고·138 결심·140
아기 새가 아파트 복도에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옥상에서 부화한 새가 이소하다가 잘못 된 것 같았습니다.
나는 가쁜 숨을 할딱거리는 아기 새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서둘러 물을 먹이고, 미숫가루를 타서 주사기로 먹였더니 다행히도 기운을 차렸습니다.
부쩍부쩍 자라난 아기 새는 꽁지가 기다란 지빠귀 종류였습니다. 다른 새의 소리를 흉내 내기도 한다는 똘똘한 새였지요. 실제로 주인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똑순이라고 지어주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똑순이가 노래를 했습니다. 아주 조그만 소리였는데 신기해서 들여다봤더니 뚝 그쳤습니다. 그리고 몰래몰래 연습하더니 어느 날인가 멋진 노래를 불렀습니다. 허공에 구슬이 구르는 것처럼 맑고 고운 소리로 짝을 부르는 거였지요. 그래서 똑순이를 보내주었습니다.
여러 해가 지났지만 지금도 똑순이가 그립습니다. 분꽃 씨처럼 까맣게 빛나던 눈이며 노랫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동네에 날아다니는 지빠귀를 보면 무조건 똑순이라고 우기기도 하지요.
내가 쓰는 동시도 똑순이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과 먹이를 주어 똑순이를 길렀다면 동심은 시적 상상력으로 길렀지요. 서툴던 똑순이의 노래가 날마다 연습을 거쳐 아름다운 노래로 완성이 된 것처럼 동시도 그렇습니다. 수도 없이 고치고 다듬는 과정을 통해 한층 아름다운 노래가 되고 날개에도 힘이 붙는 거니까요.
똑순이가 세상 속으로 훨훨 날아갔던 것처럼 이제는 나의 시들을 세상으로 날려 보냅니다. 부디 많은 독자를 만나 아름다운 노래로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