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아온 여성이
아물지 않는 상처를 치유하려 애쓰는 일,
고통을 받아들이고 삶을 회복하는 방식에 대하여
에리카는 시카고의 가난한 멕시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집안에서 유일하게 튀는 존재로 자랐다. 가톨릭을 믿는 전형적인 멕시코 이주노동자였던 부모님은 어린 에리카의 머리를 땋으며 얌전한 딸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집안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하고, 결혼하지 않은 채 독립하고, 자유롭고 문란하게 살고, 대서양을 건너 다른 나라로 유학을 가고, 정신질환 치료를 받고, 임신중지를 했다. 에리카의 가족과 친구를 포함한 주변의 모두가 “그를 오해하거나 싫어하고나 둘 다이거나" 했다.
집안과 세상이 요구하는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에리카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과 마찰하고 갈등한다.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가기 위해 애쓰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좌절을 맛본다. 보수적인 성교육과 자신의 욕망과 페미니즘적 가르침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비밀을 숨긴 유부남에게 빠져 착취당하는 연애를 하기도 하고,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자신의 ‘인종적 고향’인 스페인으로 가지만 결국 어디도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텅 빈 마음으로 미국으로 돌아오기도 하며,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뉴욕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통제적인 업무 환경 속에서 공황에 빠지기도 하고,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한 후 우울증 치료와 임신 상태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한다. 에리카는 자기를 둘러싼 억압에 저항하지만 유색인 여성인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자신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은 세상을 번번이 맞닥뜨린다. 쓰러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그는 이렇게 선언한다. “회복력이란 고결한 특성이라기보다는 억압받으며 강요당하는 삶의 방식이다. 적응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어떤 사람들의 영혼은 다른 이들의 영혼보다 망가지기 쉽다. 비주류일수록, 소수자일수록, 주변부에 선 사람일수록 감각을 곤두세우고 주변과 사물을 관찰하며 더 넓은 시야를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