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마른하늘에 우주선》은 노인의 이야기를 그렸던 전작과는 달리 사회에 첫 발을 내민 청년의 마음을 녹아내려던 작품입니다. 태어나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불합리한 상황에 좌절하고 경험이 부족해 같은 문제를 수 없이 되풀이하는 시기겠지요. 작품의 제목처럼 지금을 살아가는 청년들에겐 더 없이 무기력한 날들입니다. 뉴스에선 긍정적인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고,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암울한 상황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고민하기 바쁩니다. 청년 실업률을 걱정하던 시대에서 청년이 없는 세상을 두려워하는 시대가 됐고, 무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온 청년들은 선배를 부양해야 하는 의무를 진 채로 후배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는 막막한 사회를 맞이했습니다.
우리만의 고단함은 아니겠지요. 멀리 차가운 땅의 청년들은 집 앞에 날아든 불꽃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있고, 또 누군가는 명분 없는 싸움에서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다는 죄책감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처럼 암울한 시대를 살던 인물들은 어떻게 상황을 받아들였을까. 어떤 방법으로 버텨냈을까. 하나둘 그들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떠올리다보니 알게 됐습니다. 별반 다르지 않았겠구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초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적 고통을 견뎌낼 철학적 사고가 떠오른 것도 아님에도 그들은 시대와 묵묵히 맞서 싸워주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가까스로 보게 된 마른하늘. 그 하늘에서 떨어진 날벼락 같은 시대에 그들의 용기가 다시 한번 필요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