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제1장 한국인은 ‘김치’, 발리인은 ‘바비굴링!’
제2장 ‘관념’에서 ‘일상’으로 : 돼지와 인간
혐오의 돼지, 숭배의 돼지
인도네시아의 돼지
발리의 돼지
고대 발리인과 돼지
제3장 ‘제단’에서 ‘식탁’으로 : 발리의 돼지고기 소비
문헌에 묘사된 바비굴링
바비굴링의 세속화
제4장 현대 발리사회의 의례적 바비굴링 소비: 띰브라 마을의 사례
신, 인간 그리고 의례음식
천여 마리의 바비굴링 의례
나가며
제단에서 식탁으로
바비굴링에 담긴 발리사회의 희로애락
한국인이 발리섬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반복되는 지친 일상을 뒤로한 채 훌쩍 떠나고픈 꿈의 휴양지이거나 인생의 새 막을 시작할 달콤한 신혼여행지 그 어디쯤일 것이다. 그러나 15년 동안 발리섬을 자주 드나들었던 저자에게 발리는 완전히 다른 경관으로 다가온다. 저자에게 발리섬이란 매캐한 연기로 가득한 야자 껍데기 화로에서 구워낸 통돼지구이요리 ‘바비굴링(babi guling’을 맘껏 맛볼 수 있는 곳이자, 연중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힌두의례’를 일상으로 사는 발리인 친구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인도네시아는 무슬림이 대다수인 이슬람사회이지만 발리섬은 예외적으로 주민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는 ‘힌두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발리인들은 무슬림들에게 혐오인 ‘돼지’를 일상에서 관행적으로 소비한다. ‘바치다’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왈리(Wali’에서 유래했다는 발리의 어원에서도 알 수 있듯 발리인의 일상적 의례활동에서 신을 위한 제물과 그것이 의례적으로 소비되는 과정은 발리사회를 읽어내는 중요한 요소이다. 발리섬을 ‘신들의 섬’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신께 바친 뒤에라야 의례에 참석한 공동체 구성원들과 나눠 먹을 수 있었던 이 성스러운 제사음식은 ‘언제부터인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속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바비굴링은 의례가 아니더라도 식당 문만 열면 언제든지 사먹을 수 있는 일반음식이 되었다. 더 나아가 내외국인 방문객을 상대로 하는 바비굴링 비즈니스는 발리 경제의 주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다.
저자는 성스러운 ‘제단’에서 세속의 ‘식탁’으로 간 발리사회의 바비굴링에 주목했다. 이 글은 바로 발리인의 종족음식인 바비굴링에 관한 민족지로, 저자의 수년간의 현지 경험과 현지 조사를 기반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발리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흥미롭게 풀어낸 이야기이다.
음식은 전통적으로 많은 문화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바비굴링은 한국인의 김치와 같은 민족문화적 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