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철희는
달리기
멀리 뛰기
높이뛰기를
전교뿐 아니라 군에서도 제일 잘해서
대회에 나갈 때면 일등만 차지하여
마을의 자랑이고
학교의 자랑이어요
아이들도 잘 따르고 어른들도 좋아해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언제나 웃는 얼굴
축구도 엄청 잘해서 축구 시합만 하면
철희네가 늘 이겨 모두들 부러워해요
동무들보다 못하는 게 딱 하나 있는데
공부는 학년에서 언제나 제일 꼴찌
가끔씩
선생님께 꾸지람도 듣고
동무들 놀림을 당해 체면이 구겨지지요.
철희는 4학년
동생 준희는 2학년
동생 준희보다도 공부를 더 못해서
더듬더듬
2학년 국어책도 잘 못 읽고
키드득 기드드득
준희는 웃음을 참느라 힘들어하고
철희는 동생에게 놀림을 당해
쥐구멍이 어디 있나 살피기도 하지요 (10~11p
날마다
콩나물이 물리지도 않는지
미나 아빠는
유난히도 콩나물을 좋아해서
엄마는
언제나 손수 기른 콩나물을 뽑아
머리를 쓰다듬듯이 콩나물을 다듬고
어제는 콩나물밥
오늘은 콩나물국
우리집 식탁에는 콩나물이 단골로 나와요
아빠가 콩나물국을 좋아하는 이유를
엄마는
술에 찌든 속 달래느라고 하지만
난
아빠가 콩나물처럼 키가 크기 때문이라 하니
엄마는 국냄비를 가스 불에 올려놓으며
그게 뭐야 아빠 닮아 싱겁기 짝이 없네
아빠는
전봇대처럼 훤칠하게 키만 크고
허리는 개미허리
바지는 헐렁바지
이 구석 저 구석
아무리 살펴봐도
살이란 전혀 없고
겨릅처럼 빼빼 말라
키 작은 엄마보다도
몸무게가 적게 나가
바람이 세게 불면 날아갈까 불안해요 (36~37p
아빠의 고향 마을 송계리는
소나무와 계곡이 많아 붙여진 이름
송계리 앞산의 양지바른 곳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있는데
봄에는 진달래꽃
휘돌아 피어나고
먼 산에 뻐꾸기 소리도
가까이 들려오는 곳
아빠는
얼마 전에 새 차를 샀는데
20년 동안 타고 다닌 헌 차를 팔고
식구들의 마음에 드는 차를 산 다음
새 차도 뽑았으니 조상님께 아뢰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