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글꼴의 역사 _강기원
우리 동네 수의사 _경종호
친구 _고영민
천국에 오신 할머니 _곽해룡
로봇 뱀 _권기덕
외계인 코 _권영상
분꽃은 나의 시간을 아니까 _김개미
양말 가게 _김 륭
우리는 모두 별을 쥐었던 사람 _김 물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기찻길 시장 _김봄희
착한 일은 그렇게 하는 거니까요 _김성민
맛나다 _김성은
포클레인 _김영경
거미의 집 _김철순
오늘도 할 일 _남호섭
깨 _문 봄
어쩌면 _문성해
무지무지 긴 뱀의 겨울잠 _문 신
작약 일기 _박소이
메텔의 모자 _박정완
주사위의 꿈 _박지영
눈 _박혜선
씨앗 _방주현
힘센 밥 _변은경
개 둘 _성명진
우린 모나미 _송선미
징거미 _송진권
비누 _송찬호
11월 _송현섭
사랑이란 _신민규
씨감자 _신솔원
팔꿈치 _안도현
핀셋 1 _안진영
파도와 노래 _온선영
어쩔 수 없는 _우미옥
내가 도니까 _유강희
빈자리 _윤동미
중력 _이대일
꼬마 뱀을 조심해 _이만교
참새 _이 안
시의 오해 _이지우
귤 _이화주
언제 와? _임복순
걱정이다 _장동이
거울이 비명을 지를 때 _장옥관
달에 간 손 _장철문
둥그렇고 둥그런 _정유경
알바 언니는 호랑이 머리를 들고 서 있다 _정준호
밥을 먹어요 _조인정
고양이 옥이가 물 마실 때 _조정인
글자 놀이 _최문영
칠성장어가 칠성무당벌레에게 _최승호
나를 받아 주는 소리 _최종득
사과의 생일 _최 휘
정전기 발전소 _현택훈
모과 이야기 _홍일표
사부랑삽작 _황남선
해설 | 풍요롭고 다채로운 동시 읽기 _권영상
수록 시인 소개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신작 동시를 검토하여 최종적으로 57편을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에 선정했다. 선정위원 다섯 사람(권영상, 김제곤, 안도현, 유강희, 이안이 잡지를 분배해 꼼꼼히 읽으며 20~30편씩을 1차로 골랐다. 그 작품들을 공유해 여러 차례 투표와 회의를 거듭하여 최종적으로 57편의 동시가 묶였다.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에는 57명 시인들의 고유한 무늬들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동시가 지난 한 해 이루어 낸 성취를 보여 주는 동시에, 우리의 동시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보여 주는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다양해지는 우리 동시
권영상, 김제곤, 안도현, 유강희, 이안으로 이루어진 선정위원은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을 선정하기 위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신작 동시를 검토하였다. 1차로 각자 20~30여 편의 동시를 추천하고,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하여 최종적으로 57명의 시인이 쓴 동시를 선정하였다.
힘없는 것들에 대한 눈길 두기
우리 사회에는 강자와 약자,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처럼 비대칭적인 관계들이 존재한다. 그러한 관계는 오랜 관습이나 부조리, 견고한 사회 시스템을 바탕으로 형성되고 존속되며, 시간이 흐를수록 구성원들에게 익숙해지기 쉽다. 특히 작은 부조리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올해의 좋은 동시 2023’에 선정된 작품 중에는 힘없는 것들이 다수에 의해 소외받는 현장을 포착한 일군의 작품이 있다. 대표적으로 성명진의 「개 둘」을 들 수 있겠다. 사람과 오랫동안 마을에서 동거해 온 친숙한 동물인 ‘개’가 인간의 불필요성에 의해 버림받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다. 주인 없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에겐 생존권이 없다. 인간의 무자비한 위협 속에서 개 둘은 도망보다 저항을 택한다. 아무 수식 없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두 행의 발화가, 힘없는 것들을 발견하는 성명진 시인의 맑은 눈빛을 보여 준다. 외에도 유강희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