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법조인에게 도전장을 내민 인간 변호사가 나타났다!
진심이 촌스러워진 시대에 아날로그로 전하는 마음
재판이 거대한 리얼리티 쇼가 되고 법정은 쇼의 무대로 전락해 버린 2077년. 사람들은 인간 변호사보다 안드로이드 변호사를, 인간 의사보다 안드로이드 의사를 더 신뢰한다. 인간보다 더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정확하게 움직일 거란 믿음 때문이다. 모두가 새로운 기술을 찬양하고 AI의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 시대에, ‘인간 변호사’를 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이난영이다.
난영의 사무실은 슬럼가나 다름없는 낡은 건물 꼭대기에 있다. 책장에는 종이책과 레코드판이 빼곡하고, 구석에는 주전자를 올려놓을 수 있는 오방난로까지 갖추어 놓았다. 그밖에도 노트와 만년필, 거대한 복사기, 필름 카메라까지, 2077년이 아닌 지금 당장 방문한다고 해도 사무실 주인이 ‘아날로그의 현신’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말투는 또 어떤가. 망설임 없이 내뱉는 사투리와 거침 없는 표현법을 듣고 있노라면 난영이 어떤 사람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AI를 우예 믿고 일을 맡깁니꺼? 가슴이 콱 맥힌 것 맹키로 답답할 땐 고마 저 인간 변호사 이난영! 지가 이따구로 생색만 내는 깡통 안드로이드와 책임감 있는 인간 변호사는 다르다는 거, 확실허게 보여 드리겠십니더!” 15p.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서 승부를 내고 싶은 사람, 누구보다 당차고 행동력 있는 사람, 다른 이의 보호 아래에만 머물지 않는 사람, 그게 바로 이난영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많은 사람이 기술의 혜택을 받는 시대에 굳이 아날로그를 고집하며 ‘인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난영을 두고 사람들은 ‘촌스러운 테크노포비아’라고 말한다. 진심이 촌스러워졌다는 건, 진심이 희소해졌다는 뜻이다. 이런 세상에서 난영은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한 ‘진짜 마음’을 전하길 멈추지 않는다. ‘마음’은 잊을 수는 있어도 잃을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 ‘인간성’에 대한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