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만을 위한 규칙
- 규칙은 꼭 지킨다.
- 병원 복도에서는 뛰지 않는다.
- 소리가 너무 크면, 손으로 귀를 막거나 상대에게 조용히 해 달라고 말한다.
- 때로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야만 한다.
-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지 않으면, 남의 말을 빌려서 말한다.
-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릴 때도 있지만, 기대는 금물이다.
- 일단 하겠다고 말한 건 해야 한다. 아주 좋은 핑계가 있다면 모를까.
-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신중하게 골라라.
- 남의 집에 가면 그 집의 규칙을 따른다.
- 입에 들어오는 건 음식이다.
- 사람들은 네가 좋아서 웃기도 하지만, 너를 놀리려고 웃을 때도 있다.
- 옷장 문을 열 때는 조심해라. 잘못하면 물건이 와르르 쏟아질 수 있다.
- 사람들은 네 말을 듣지 못해서 대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네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 대답하지 않을 때도 있다.
- 어항에 장난감을 넣지 않는다.
-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 내 방에 아무도 없거나 아주 깜깜하지 않으면 춤을 추지 않는다.
- 간직할 가치가 있다고 다 쓸모 있는 건 아니다.
- 바지 벗은 동생은 내 알 바가 아니다.
-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를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 늦는다고 안 오는 건 아니다.
- 진짜 대화를 하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
- 남의 말을 빌려야 한다면, 아놀드 로벨이 쓴 좋은 말이 많다.
특별한 인터뷰: 신시아 로드 작가에게 묻고 답하기
내가 원하는 건 그냥 보통 동생
우리는 규칙으로 둘러싸인 세상에 살고 있다. 규칙의 사전적 정의는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지키기로 작정한 법칙’이다. 그런데 여기,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규칙이 있다. 열두 살 캐서린이 여덟 살 동생 데이비드를 위해 만든 아주 특별한 규칙, ‘늦는다고 안 오는 건 아니다. 엄마는 껴안아도 되지만 비디오 가게 직원은 안 된다. 변기 물을 내린다!……’.
많은 아이가 규칙으로 여기지도 않는 당연한 일을 캐서린이 나서서 일일이 가르쳐 줘야 하는 이유는 데이비드의 자폐 스펙트럼 장애 때문이다. 데이비드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말고는 다른 무엇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캐서린은 가끔 어느 날 아침 데이비드가 평범한 동생으로 변신해 깨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데이비드에게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반쪽짜리 세상을 각자의 속도로 살아가기
캐서린은 데이비드가 다니는 병원에서 다양한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 늘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의사소통용 책의 낱말 카드로만 대화하는 또래 아이 제이슨이 눈에 들어온다. 온통 고리타분한 단어에 흑백 그림밖에 없는 제이슨의 낱말 카드가 신경 쓰여서, 캐서린은 자신의 그림 실력을 발휘해 새로운 낱말 카드를 만들어 주기로 한다. ‘대박!’이나 ‘진짜 구려!!!’와 같은, 제이슨의 엄마라면 절대로 만들어 주지 않을 말들로 카드를 만들면서 캐서린은 제이슨이 속한 세상으로 성큼 들어간다. 마치 동생 데이비드의 세상처럼 남들과는 다른 세상, 두 다리로 달리는 꿈을 꾸어도 그게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는 세상, 소리가 들리지만 말은 할 수 없는 제이슨만의 세상 속으로.
동시에 어느 날 갑자기 옆집 친구가 된 크리스티도 신경이 쓰인다. 윤기 있는 갈색 생머리에 해진 청바지와 티셔츠만 입고도 온몸으로 매력을 뿜어내는 아이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