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내며
들어가는 글: 역병의 시대에 허준을 생각하다
1 역사 속의 허준
역사와 허구
허준의 젊은 시절
미암 유희춘과의 인연
명의 양예수와 허준의 내의원 시절
인생을 바친 의서 편찬
2 동의의 전통을 수립하다
자연을 닮은 인간
이용후생과 향약
속방의 재발견
구급과 역병 대책
3 조선의 생물을 탐구하다
향명, 말과 사물의 일치
다양한 동물성 약재의 활용
새로운 본초와 자연학의 심화
4 역병에 맞서 백성을 구하다
1612년 온역 발생과 『신찬벽온방』
온역을 물리치는 다양한 방법들
연속되는 당독역 유행과 『벽역신방』
허준의 합리적 태도와 독창성
나가는 글: 네 얼굴의 허준을 마무리하며
주
연보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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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으로 조선의 의료 전통을 집대성한 의학자
실증에 근거해 우리 산천의 동식물 지식을 정리한 자연학자
애민과 제민 정신으로 역병에 맞서 공동체의 안녕을 구한 역학자
조선 최고의 명의, 유의(儒醫 허준의 일생을 바로 읽는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침내 동의의 전통을 수립한 의학자
허준(1539~1615은 사대부 자제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사서삼경 등 유교 경전을 섭렵했으며, 노장과 불교의 서책까지 두루 읽었다. 당대 조선의 사상계는 성리학이 중심이었지만 도가를 지향하거나 실증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들 덕분에 다양한 풍경을 보이고 있었다. 유/불/선 삼교를 아우르면서도 성리학의 통치 기획에 부합하는 의서가 필요했다.
인간의 생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만큼 농업과 의술은 백성의 삶을 안정시키고 선정을 베푸는 데 필수적인 지식이자 기술이다. 조선을 ‘장수하는 땅’으로 만들고자 한 선조는 허준에게 의서 편찬을 명하며 병들기 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조선의 약재(향약재를 활용하여 많은 백성들에게 혜택이 미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조선 사람의 질병은 조선의 환경과 이곳에서 나고 자란 다양한 향약재로 치료할 수 있었다. 그 바탕에 조선의 유구한 향약 전통과 인간의 심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 기질(氣의 차이를 알려면 인간의 보편성(理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한다. 조선 사람은 보편적 인간이면서 동시에 조선인의 기질에 따라 특별했다. 허준의 동의(東醫는 중국의 남의/북의에 비해 동쪽 사람들의 기질을 고려하면서, 동시에 인간다움을 갖춘 보편적인 사람을 치료하는 특별한 방법이었다.
『동의보감』의 보편적 인간관은 근본적으로 성리학의 수양론과 부합하는 것이기도 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자연을 모사한 소우주로 설명하고 성리학자들이 원하는 도덕적 삶, 즉 당위(사람다움의 근거를 자연에 두었다. 인간이 윤리적이고 도덕적이어야 함은 그것이 본성(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법칙과 인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