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1부 하나의, 장면인
Prologue: Bagatelles, 생애적
1장
드라마 없는 일기日記 문학사 | 괴산에서 너나들이 1박 2일 | 계보와 겨울밤, 그리고 강의와 미완 | 도자기 필통과 옥수수 속대 빨부리 | 근조謹弔가 날씬한 고대 | 국산 1호 | 치매 계산
2장
지네 | 과거와 가족의 소송 | 전체의 선택 | 내가 살려고 짓는 집 | 장마의 연대年代 | 미로 활성과 동그라미 등식等式 | Viking Portable Library Dante Design | 내륙內陸으로
3장
상실의 경제와 음악의 번역 | 언어 직전 | 실낙원, 그 후의 그러나 | 추석의 나이 | 장례 걱정 | 그때는 김수영문학관 | 소설가
Epilogue: Bagatelles, 베토벤 작품 번호 126
2부 현대구약도해
서序
양재 숲 | El Condor Pasa | 돋보기 눈 | 시간의 발견 | 잡지 소설 | 겹치다 | 판화가 사망 30주기 회고전 | 덕수궁 대한문 | 알라딘 헌책방 바깥 | 후대의 비유 | 눈먼 남편 | 마포 아파트 | 등장과 퇴장 | 화해 | 노래방 선곡 | 민요 편곡 | 첫사랑 | 세속의 탄생 | 경제 | 사창가 배회 | 인간의 풍경 | 국제 지방 | 언어의 자궁 | 광야의 절벽 | 구시가 | 인간 이상 | 물질 이상 | 육체의 목격 | 고전적 | 시사 | 정착 | 백년해로 골목 | 아랫것들 박해 | 그 후를 뒤돌아보다 | 문병 | 근면 고도 | 지각 | 설거지 | 뒤표지 글 | 오늘 밤 | 아가雅歌 | 신고전, 그 후 | 대처 | 음악의 생애 | 코털 | 덕수궁 미인 | 추억의 구성 | 옛날식 육개장 | 음식 쓰레기 | 아니다 | 결
3부 비켜서는 섬
서序
까닭과 후렴 | 물화物化 | 노을 평범 | 짐작 | 뒤 패 소견 | 엘리제를 위하여 | 영역의 착각 | 고양 | 스케르초 Version | 오래된 번개 | 낯익은 화음 | 파충류 | 포장 장식 리본 | 선구 | 철 | 완벽한 음모 | 민간 어원 | 레닌
“40여 년 전 『황색예수』는 신약 위주이고 아무래도 시간적이었다”면, “『황색예수 2』는 무척 공간적이면서 구약까지 품”(‘시인의 말’음으로써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예컨대 시집을 이루고 있는 세 개의 부 중 2부 ‘현대ㆍ구약ㆍ도해’을 살펴보면 아담과 이브, 카인과 아벨, 노아, 삼손과 델릴라, 욥 등 『창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집, 상가, 병원, 지하철, 식당 등의 생활공간에 가로놓여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오랜 세월 동안 해석과 합의를 거쳐 보편화된 성서 텍스트와 개인적 경험으로 구성되는 현실의 삶을 십자로 교차해가며 촘촘하게 짜낸 그의 작품들은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부제 속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상기시킨다.
예술은 “태생부터 정직하기 때문에 삶의 마지막 보루가 될 수 있”으며 “자본주의와 싸우는 최후의 예술은 디자인”(『뉴시스』 기사, 2011년 1월 12일 자이라고 일찍이 내다본 시인답게, 전반적인 시집의 구성 또한 치밀하다. 구약의 내용을 주축으로 삼는 2부 앞에 배치된 1부 ‘하나의, 장면인’에서는 문학, 미술, 음악 등을 향한 시인의 눈길이 돋보이는데, 부의 앞과 뒤에 붙어 각각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역할을 하는 두 작품의 제목에 ‘바가텔(가벼운 피아노 소곡’이 녹아 있다는 점은 이러한 특징을 환기한다. 한편 3부 ‘비켜서는 섬’은 “폼 잡지 않고 다만/비켜서는 형식”(「서序」, p. 286을 취함으로써 시집에 적절한 느슨함을 불어넣는다.
내가 나의 총체를 찾아 돌아다니는
미로가 나의 총체이다.
즐겨 찾는 미로이다.
괴팍하고 서투른 스웨덴 터치쯤의
피터 팬이 출몰하는 재탄생,
나의 미로에 미혹되는 방식으로 내가 그 미로를
빠져나오는 나의 총체이다.
흐린 음악이 그리 영롱했던 까닭과
거꾸로인 까닭
겹침이 나아가는
미로이다.
[……]
오늘 미로의 사정이 저마다 있고
동일은 너무 무지막지해서 동일한 무작위지.
나 홀로, 나 홀로가 이리 듬직하고
장하다.
-「미로 활성과 동그라미 등식等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