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마지막 거인 (15만 부 기념 스페셜 에디션 (양장
저자 프랑수아 플라스
출판사 디자인하우스
출판일 2024-03-18
정가 14,000원
ISBN 9788970417875
수량
스스로 자기 집을 부수고 있는 인간들에게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제 가슴속에는 커다란 박하사탕 하나가 녹고 있었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경이로움이 화사하게 제 가슴을 메워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그 시리도록 아름다운 꿈이 아픔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라고 묻는 안탈라의 애절한 목소리가 제 귀에도 들리는 듯했습니다. 저 역시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종종 이런 번민에 빠집니다. 자연의 비밀을 캐내어 세상에 알리는 것이 제 직업이지만 때론 그냥 숨겨 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학생들과 함께 지리산 자락에서 자연 탐사를 하던 중 이제는 이 짓밟힌 땅에서 참으로 보기 어려운 반딧불이를 발견했습니다. 짙은 군청색 밤하늘을 배경으로 눈부신 초록빛을 발하는 그 작은 곤충이 너무도 사랑스러워 우린 밤이 이슥하도록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40~50년 전만 해도 웬만한 시골이면 밤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반딧불이들을 손 안 가득 쥘 수 있었지만, 요즘엔 어디 반딧불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우선 신문에 납니다. 그러고 나면 그곳에 온 세상 사람들이 다 모여 축제를 하며 야단법석을 떨게 되죠. 그 통에 반딧불이들은 점점 더 살 곳을 잃어 가는 줄 아는지 모르는지. 그날 밤 우리는 늦도록 그 주변 산야를 뒤졌지만 기껏해야 서너 마리 정도를 찾았을 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우리만 알고 있고 세상엔 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학문적인 기록에는 작은 구멍이 날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자연을 가끔 숨겨 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 ‘호사도요’라는 매우 흥미로운 새가 무려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새들은 거의 예외 없이 암수 한 쌍이 함께 자식을 키우는 완벽한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며 삽니다. 그런데 이 호사도요는 신기하게도 일처다부제를 따릅니다. 한 암컷이 여러 수컷을 거느리고 산다는 말입니다. 대개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화려하고 몸집도 더 큽니다. 암컷들끼리 서로 세력 다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