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1부 이곳은 아름다운 곳이고 선생님이 없어요
더 멀고 외로운 리타 | 왼손에 돌멩이 | 극적인 삶 | 내 생물 공부의 역사 | 깊은 어둠 속에서 휴대전화 보기 | 개 이전에 짖음 | 친척과 풍력발전기 | 변절자의 밤 | 무지의 학교 | 적응하는 사람 | 월요일의 귀 | 히치콕의 밀도 | 신경정신과에서 살아남기
2부 양을 세다가 양을 세다가 이상한 노래를
기도의 탄생 | 슈게이징 포에트리 | 인과관계가 명확한 것만을 적습니다 | 내가 저질렀는데도 알지 못한 실수들 | 편지가 왔어요! | 전 세계적인 음악의 단결 | 장미에게는 왜가 없다 | 적 | 일말의 진실 | 닮은 사람들 | 양의 밤 | 뇌의 혈류량 | 폭풍의 언덕 | 몽두
3부 누구의 왕도 누구의 하인도 아닌
지혜와 거리 두기 | 우리 동네 | 거북의 살을 먹는 들개의 살을 먹는 호랑이의 살을 먹는…… | 스틸 라이프 | 농담 | 정오의 신비한 물체 | 아무도 어리석은 삶을 원하지 않는다 | 누구의 토끼 뿔 | 소문과 장례식 | 악마는 디테일 | 죠스 | 겨울의 높이 | 아이슬란드에 흥신소 | 우주 공간이 아니라 발자국
4부 쉿! 잠깐만, 잠깐만, 너는 아직 아무것도 못 들었다니까
무기여 잘 있거라 | 대관람차 | 적의 위치 | 해변과 영혼 | 의심하는 마음 | 소염제 구입 | 수도승의 숲 | 뼈의 도서관 | 반딧불이 전화를 | 용서하기는 불가능 | 불규칙하게 도래하는 것들의 폭설 | 방학 숙제 | 새로운 공산주의의 새로운 과거 | 재즈 싱어
후기 postscript
빗소리 수많은 각자의 시간들이 떨어지는 빗소리 · 이장욱
“단지 한 사람이 사라진 세계에 가까운,
우리는 결국 시제가 없는 편지를 쓰는 것이다”
이미 죽은 것 같은 기분으로
수많은 각자의 시간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이장욱의 여섯번째 시집
시는 어쩌면 이 물질 자체, 의미 이전에 존재하는 물질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 물질의 어둠을 생각하고, 그 그림자를 느끼고, 그 그림자의 내부로 걸어 들어가서, 천천히, 말하는 사람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그는 심연에서 온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이다.
―「2-2.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시 쓰기」, 『영혼의 물질적인 밤』(문학과지성사, 2023에서
시인 이장욱의 여섯번째 시집 『음악집』이 문학과지성사 시인선 599번째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앞서 『정오의 희망곡』(2006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2016의 표지를 장식한 이제하 작가의 캐리커처가 아닌 시인의 자화상이 들어가 있어 특별함을 더한다. 그뿐만 아니라 작품 해설 대신 들어간 각 시편에 관한 ‘후기’는 시인의 단상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하고 시 읽기의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일상에서 외롭지 않은 순간을 ‘낯설다’라고 감각하는 시인은 어떤 상황이나 행동의 의미를 좇기보단 존재 자체를 들여다보는 일에 몰두한다. 평범한 사람의 눈에는 도무지 보이지 않는 것,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으나 사실은 착각에 불과했던 순간들을 살피는 것만이 시인의 소임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의 시에는 “빗소리 수많은 각자의 시간들이 떨어지는 빗소리”가 스며들어 있고, 천천히 불어오는 “먼 곳의 음악”은 외로움의 근원에 대해 부연하지 않는다. 이장욱에게 시란 세상의 소리를 일정 기호로 기록하는 것이 아닌, 존재하는 물질이 훼손되지 않게끔 보관하는 작업이기에. 이는 시집의 제목이 세상이 무수히 답습해온 “악보집”이 아닌 시인의 단 한 번 숨결이 닿은 “음악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전생에 들어본 듯한 음악을 들려주듯 시인은 단정한 외로움과 쓸쓸함을 곱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