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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오로라 콜 - 아침달 시집 37
저자 숙희
출판사 아침달
출판일 2024-03-14
정가 12,000원
ISBN 9791189467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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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오로라 콜
랑헨에서
창문 없는 방
유물실
상수동
내실
아기 침대 열두 개
랩소디
우리는 새라서

2부
제한수역
맥거핀
기린터널
종이나비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종이나비
안반데기의 밤
그들은 삶을 사랑하기에 앞서 부를 사랑했다
지나가던 파랑이 검정을 흉내 내며 웃었지
파랑
도망친 밤

3부
봬요
서울풍경
미래의 습성
순종
헛꽃
쌀알 줍기
양자역학의 이해
새우를 기르는 꿈
아스피린 블루스
꽃이 죽었다는 것을 언제 알게 되나요

4부
모르는 것을 자랑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
태초에 마음이 존재했다
하교
하현
댄스홀
종로
눈을 감고 들어라
Sinking Sun
외재와 내재
독자에게

부록
주파를 맞출 수 없는 라디오 채널에 관하여
죽음을 넘어서기 위한 기다림의 시간

무엇을 알기 위해서 무엇이 되기 위해서
선잠에 들었다 깰 때
가져보지 못한 것을 그리워할 때
밤이 긴 곳에서 불면이 이어질 때
실패하기 위한 실패도 있다는 것을 들었을 때
이불 위에서 변기 위에서 초조할 때

핀란드나 아이슬란드나
먼 극지의 호텔에서 한밤중 손님을 깨워준다는
오로라 콜을
내 방에서 기다리지
-「오로라 콜」 부분

숙희의 시는 어느 새벽의 기다림에서부터 시작한다. 극지와 가까운 호텔에서 오로라 현상이 발생할 때 깨워주는 전화를, 숙희의 화자는 자신의 방에서 기다린다.

전화는 당연히 올 리 없다. 그 기다림은 실패할 것이다. 자신의 방은 극지도 아니고 호텔도 아니므로. 창문을 열면 불 켜진 가로등이 보이고, 그 위로 빛나는 별 대신에 인공위성이 보인다. 헛된 기다림일까? 그러나 그 불가능한 기다림을 시작하면, “나도 그것을 볼 수 있을 것 같고/빛의 휘장을 따라 달리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생긴다.

불가능한 현재의 시간에 가능할 수 있는 미래의 시간을 끌어오는 상상력은 그 자체로도 오로라 빛처럼 아름답지만, 아름다움만을 우선시하다 보면 왜 그러한 상상력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놓칠 수 있을 것이다. 왜 그러한 기다림의 힘이, 버티는 힘이 시 속 화자에게 필요한 것일까. 왜 그 화자는 “가져보지 못할 것을 그리워”하고, 불면을 앓고 있으며, 일상 속 어디에서나 초조해하고 있을까.

예수승천대축일을 맞아
물놀이를 하러 온 몸들이 많았어요

랑헨의 계절은
벗고 뛰노는 몸들이 있어
여름으로 향해 가고

가슴을 드러낸 여자들과 남자들이
수면을 넘나들며 햇살을 끌어당겨요

모래사장 위에는
커다란 비치타월을 들고
어린아이의 몸을 닦아주는 사람이 있고
작고 젖은 몸이
반짝이고 있고
-「랑헨에서」 부분

시인 백은선이 숙희의 시를 두고 “냄새나고 생동감 있는 육신을 가진 여성성”이 있다고 언급했듯이, 숙희의 시에는 성과 몸에 관한 관심이 솔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