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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샬롯 페리앙 :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상상한 건축가 (양장
저자 앙헬라 레온
출판사 이유출판
출판일 2024-01-30
정가 15,000원
ISBN 9791189534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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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유리창’을 우아하게 깨뜨린 여성 건축가

20세기 초까진 서구에서도 가부장제가 엄연히 살아있어, 여성은 한 인격체로서 갖는 개별성을 무시당하고 동질적 그룹으로 집단화되곤 했다. 따라서 여성은 모두 차이가 없는 ‘동일한 존재’로 인식되고, 여성의 능력 또한 인정받지 못했다. 흔히 1세대 여성 디자이너라고 불리는 샬롯 페리앙은 이런 여건 속에서 당대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작업실 문을 노크했다. 하지만 ‘여긴 쿠션에 수놓는 데가 아니다!’라는 말로 그 자리에서 거절당한다. 그리고 얼마 후, 샬롯은 우아하고 매혹적인 방식으로 이 콧대 높은 거장의 마음을 돌려세운다. 남성이 지배하던 세계에 출사표를 던지며 드라마틱한 인생이 펼쳐지는 계기가 여기서 마련된다. 이때는 한국 최초의 여성 화가이자 선구적 페미니스트인 나혜석이, 남편과 별거하며 파리에서 작업에 몰두하던 시기와 겹쳐져 이 에피소드가 우리에게도 각별하게 느껴진다.

엄마를 닮아 콜라보를 좋아했던 디자이너

‘여자들은 집에서 지내는 게 더 낫다!’ 누구나 이렇게 생각하던 시절, 샬롯의 엄마는 재봉사로 일했다. 일이 곧 ‘자유’라고 생각했던 엄마는 딸에게 자신의 작업장을 보여주며, 여성이 직업을 갖는다는 사실이 무얼 뜻하는지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엄마의 작업장은 여러 분야의 장인들이 모여서 함께 일하는 현장이었고, 이런 체험은 훗날 샬롯의 작업 과정에 그대로 되살아난다. 부분과 전체의 연관성, 신체의 움직임과 공간의 반응, 재료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운반과 조립의 용이성, 실무 작업자들과의 교류 등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어린 시절의 이런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요즘은 디자인과 제작 과정이 밀접하게 맞물리며 진행되지만, 1920년대에 여성의 신분으로 금속공과 직물공 같은 남성 장인들과 작업 현장에서 시제품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샬롯은 이들과의 현장 콜라보를 넘어서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친구가 되었다.

모던한 라이프 스타일을 상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