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온 세상이 까매지도록 서 있었다
단 하나의 의자
탑동
남문사거리
알프라낙스
셔틀런
푼크툼
여삼추
빈 중심
모라토리엄
문경수
이번 역은 합정, 합정역입니다
서향
시를 씹는 밤
화마
2부 이 사람 그때 밥은 먹었으려나
섬망
말릴 수 없다면
울면서 달리기
버드 아일랜드
래커 스프레이
장난감 강아지 해리
스턴트
새연교
그림으로 가는 사람
건입
사이키델릭
미드나잇 선즈
하트세이버
카운트다운
3부 천사들은 무영등을 켜고
세화
네 멋대로 써라
정명
아침 드라마
골든타임
양면 코트
DNR
웨어러블 캠
퇴원
장지
습성
졸업
염
5월 8일
애월
표식
4부 얼룩진 꿈으로 문 앞을 서성이면서
초심
미장
때때
4B
자율학습
낡은 바다를 입고 잠들면
옹포
올레길
승희미용실
상생
유전
자유시간
아파트
해설
먼 지평, 시와 삶 사이의 말들
―최진석(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한 걸음 뒤로 두 걸음 앞으로. 두 걸음 뒤로 그리고 세 걸음 앞으로. 실패를 자책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작은 좌절쯤은 익숙해질까. 걷다 보면 덜 웃고, 덜 울겠지. 감정도 무뎌지고 매사에 머뭇거림도 없어질 테고. 첫발을 뗄 때의 그 마음은 서서히 더러운 발자국으로 지워질 것이다. 이 발자국을 따라 걷겠지. 돌처럼 나는 굴러다닐 것이다. 길을 지나는 누군가가 나를 아득한 곳에 집어 던져 주었으면, 그 먼 데서 길을 잃었으면,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나 나는 잘 안다. 원점으로 되돌아오리라는 것을. 그러면서도 내가 어떤 ‘근사치’에 도달하고 있다는 느낌. 그 느낌이 무섭다. 그게 말뿐인 시밖엔 안 된다는 게 섬뜩하다.
2024년 1월
책 속에서
의자는 그의 유일한 벗
죽으려는 뜻마저 온몸으로 지지해 주었지만,
살아 보려고 뭐라도 하려는 인간과
죽어 버릴까, 망설이는 인간은 한통속이어서
그를 위해 마련된 단 하나의 의자는 다리가 부러졌다
―「단 하나의 의자」 부분
엊저녁엔 품에 죽어 가는 새를 안고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잰걸음했었지
살릴 수 있어. 살 수 있어. 살 거야.
그렇다면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나 정도면
나 정도 쓰면
이 도시의 잉걸불을 아름다운 점묘화라 말할 수 있나
그런 말을 가슴에 품는다고 다 시인인가
아, 오늘도 기어코 새는 죽지를 않는구나
―「남문사거리」 부분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는 없고
마주하게 되는 영 엉뚱한 사람들
울고 웃고 때론 고개 숙이고
또 부끄러워지고
경수야, 이만큼은 해야 사람들이 알아봐
이름 석 자를 내걸고 산다는 건
한뉘 거리에 나뒹굴며 세상이 알아줄 때까지
치욕을 짓씹는 유치한 짓은 아닐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려도 수년째
광장에 주저앉아 생존권을 요구하는 보통 사람들
이름으로 불리지 않고 저치라며 욕 들어도
살아내기 위해
이름 같은 건 버린 이들을 모른 척 지나치면
양쪽으로 늘어진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