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이 책은 60여 년이 지난 『공론장의 구조변동』 이래로 변화한 공론장의 모습과, 이어진 토론에 대하여 하버마스가 내놓은 대답이다. 비록 128쪽밖에 안 되는 작은 책임에도, 이 책을 통해서 우리는 하버마스가 94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사회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는 이 책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과 더불어, 디지털화된 의사소통이 어떻게 공론장을 파편화하는지 논한다. 그리고 이렇게 디지털화한 공론장이 공론장의 원칙을 잃고 있으며, 그로 인해 ‘반쪽짜리 공론장(Halboffentlichkeit’으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디지털화는 세계화를 촉진하면서 경계를 허무는 듯하지만, 반대로 사람들 사이에 차폐벽을 세우면서 사람들을 동질적인 사람들 속에 고립시킨다는 것이다. 동질적인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의견 교환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에 대한 포용성을 잃고, 사실 확인을 통해 걸러지지 않은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사람들은 진실과 거짓을 분간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공론장의 위기는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사람들은 디지털 공론장이라는 차폐된 반향실에서 메아리쳐 돌아오는 자신의 목소리만을 들으며 소수의 여론을 과대평가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에 그들의 존재를 망각해 버리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이익이 곧 사회의 이익이라는 생각에 빠지고, 결국에는 공과 사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의견 교환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쪽짜리 공론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의견 교환이라기보다는 의견 확인에 가깝다. 상대의 의견이 나와 같은지 확인해 보고, 나와 같다면 동조하고 나와 다르다면 배척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소셜 미디어 내부에 머물지 않고, 사회로 표출되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한때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은 우리에게 기대를 품게 하기도 했다. ‘아랍의 봄’ 당시 시위는 인터넷을 통해 확대되었고, 민주주의는 인터넷을 통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