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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상처 없는 계절
저자 신유진
출판사 마음산책
출판일 2024-01-30
정가 15,000원
ISBN 9788960908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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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계절 인사

1. 나의 계절이 흘러가면

언젠가의 봄
어둠 속에 있다
문맹의 시간
아름답게 어긋나기
봄날의 프루스트
우리가 잔을 높이 들어 올릴 때
꿈이 진실이 될 때까지
꿈 바깥의 삶

2. 당신과 내가 포개지는 지금

나의 여름과 당신의 여름이 만나면
다시 한 살을 사는 마음으로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일에 대하여
다른 나라
나만의 장소
두 사람
나의 나무들
언니
미움의 역사
이안怡安

3. 다시 돌아온 계절 속에서

좋은 섬유유연제를 사는 일
고독을 위한 의자
책 여행
안 보이는 사랑의 나라에서
계속 쓰는 사람
풍경 속으로
“당신의 계절 안에서 흩어질 나의 지금”
나와 당신을 이어주는 글쓰기

작가는 어느 아기의 돌을 축하하는 글을 쓰면서, 그 글이 돌고 돌아 자신에게로 오는 경험을 한다. 축사를 통해 자신이 아는 남자아이 ‘일리야’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무더운 프랑스에서 만난 일리야는 태양을 피해 그늘에 숨은 어른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 분수대를 향해 달려가 물줄기를 끌어안았다. 그 이야기를 빌려 “뜨거운 태양이나 옷이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달려가 꼭 껴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축사를 마쳤을 때, 그는 자신이 쓴 모든 축복이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거기 적힌 이야기는 사실 내가 한 살부터 마흔한 살을 살아낸 나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말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얼굴 모르는 아기의 돌을 축복하며 내가 잃어버린 축복을 다시 손에 쥘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누군가를 향해 썼던 모든 글이 내게로 되돌아왔던 것 같다. 기쁜 이야기는 내 마음의 기쁨의 자국으로, 슬프고 아픈 이야기는 작은 성장으로. 그러니 글쓰기란 결국 보내는 말이 아니라 맞이하는 말이 아닐는지.
―89쪽

누군가에게로 보낸 말을 기꺼이 다시 맞이하면서, 그는 글쓰기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한다. 이제는 흔적으로 남은 나의 순간들이 언젠가 당신의 순간들이 될 가능성이다. 그렇기에 그는 단순히 글을 좇기보다 “손에 쥘 수 없는” 계절을, “고요”를 말하는 법을 생각하며 걷는다. “이 이야기들은 내 눈앞에 펼쳐진 것, 내가 온몸으로 맞이하는 것, 그러니까 지금에 관한 것이다.” 자신의 글이 누군가의 풍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든 ‘거기’에 있을 당신을 상상하며 작가는 나와 당신을 순환하는 글을 써 내려간다.

“문맹의 사고를 간직한 언어”로
현실을 부드럽게 끌어안기

유학 시절 프랑스에서 보낸 문맹의 시간, 연극이라는 꿈을 포기해야 했던 순간, 섬유유연제로 가난과 자신의 냄새를 가려야 했던 상처 많은 계절을 지나 이제는 두 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