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배꼽이 사라졌다
- 김아름
아침에 일어나보니 배꼽이 사라졌다. 세수를 하고 잠옷을 벗었는데 배 한가운데가 밋밋했다. 순간 너무 놀라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악!”
“왜? 무슨 일이야?”
욕실에서 씻고 있던 아빠가 말했다. 나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배, 배… 꼽이…….”
“뭐 꼽등이가 있다고? 지금 아빠 바빠서 이따 잡아줄게.”
아빠는 요즘 회사 프로젝트 때문에 잠이 부족하다. 어젯밤 회사 동료와 통화하는 것을 엿들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아빠와 단둘이 산다. 엄마는 내가 태어날 때 돌아가셨다. 아빠는 분유와 사랑으로 나를 키워주셨다. 나를 키우면서 일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을 아빠. 그런 아빠가 출근 전에 충격을 받으면 일을 제대로 못 할 거고, 그러면 승진도 못 할 테고, 당연히 재혼도 미뤄질 거다. 아빠가 어서 빨리 여자 친구를 사귀어서 재혼했으면 좋겠다. 그래, 배꼽이 사라진 사실을 비밀로 하자.
“먼저 출근하세요. 저는 숙제를 깜박해서 얼른 하고 학교 갈게요.”
“너는 열두 살이나 됐으면서 그런 걸 깜박하냐? 달력에 꼼꼼히 쓰라니까. 꼼꼼한 사람이 성공한다고. 아빠 먼저 간다.”
아빠는 그렇게 말하면서 양말을 검은색, 진회색 짝짝이로 신고 나갔다. 이제 어쩌지? 약상자에서 밴드를 찾아서 배꼽이 있던 부위에 붙였다. 밴드는 접착력이 없어서 금방 떨어졌다.
두 손을 들어 만세를 해보았다. 허옇게 드러나는 배 한가운데 아무것도 없는 모습이 마치 수염 없는 고양이 같다. 고양이에게 수염은 없어서 안 될 중요한 건데 나는 쓸모없는 배꼽이라니……. 그 쓸모없는 배꼽이 사라졌는데도 이렇게 어색할 줄이야!
사라진 배꼽을 꼭꼭 숨기려고 긴 티셔츠를 입었다. 바지 안에 티셔츠를 넣고 일부러 벨트까지 잠갔다. 학교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내 배만 보는 것 같았다. 특히 짝꿍인 마예지가 나의 옷차림새와 표정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요즘 미술학원에서 관찰하는 법을 배운다더니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샅샅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