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왜 추리소설로 철학을 해왔는가
1. 진리란 표면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 에드거 앨런 포와 보르헤스
2. 삶은 가면놀이다
: 애거사 크리스티와 니체
3. 생존감각을 확보하는 법
: 레이먼드 챈들러와 사르트르
4. 악인이란 가장 사회적인 인간이다
: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
5. 탐정은 기호학자다
: 움베르토 에코가 앓는 형이상학적 질병
6. 미로 속에서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 형이상학적 추리소설, 폴 오스터의 《뉴욕 삼부작》
7. 예리한 눈빛과 따뜻한 미소의 병립 구조
: 히가시노 게이고와 마루야마 마사오
8. 철학적 타자를 탐구하는 정치 공간
: 류성희와 한나 아렌트
9. 초자아는 숭고의 탄생지다
: 서미애와 칸트
10. 변증법을 이해하는 자의 유머감각
: 황세연과 슬라보예 지젝
11. 이야기는 호모 사케르의 생존 도구다
: 정유정과 조르조 아감벤
12. 추리소설은 은유를 의심하는 정신이다
: 추리소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사유
13. 본다는 것과 듣는다는 것
: 최인훈과 체스터튼의 브라운 신부
14. 나는 아이러니스트의 편에 가담하겠다
: 추리소설이란 무엇인가
[에필로그]
우리 사회는 변항 감각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가
인용된 주요 철학자 및 사상가
추리소설가가 된 철학자, 백휴 선생의 ‘추리소설 읽는 철학 수업’
평생 추리소설로 철학하며 집필해온 글의 정수만을 담은 책
추리소설은 서구의 정신이 몰락하는 와중에 생겨난 문학 장르다. 추리소설가는 은유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며 새로운 은유 사용법을 요구한다. 시詩가 사유와의 대립을 통해 그랬던 것처럼 추리소설 또한 사유의 자극제일 수 있다. 에드거 앨런 포는 시인이지만 근대 추리소설의 시조로 불린다. 심리학자 크루치J. W. Krutch는 포가 미치지 않기 위해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이 말은 과장된 말이다. 포는 ‘시 쓰기’를 지적인 작업으로 변형시킨 사람이다. 시적 상상력과 천문학적 지식을 버무려 《유레카》를 쓴 포의 우주관에 따르면, 우주는 발산했다가 수렴(수축한다. 이 수렴을 대변하는 문학 장르가 시인 동시에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은 주변부 문학’, 순문학이 아닌 ‘잡문학’, ‘오락에 불과한 읽을거리’라는 우리 사회의 폄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들뢰즈는 《차이와 반복》에서‘철학은 부분적으로 추리소설적이어야 한다’고 말했고 움베르토 에코는 가장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본성을 갖는 추리소설의 플롯을 외면함으로써 이탈리아 문학이 망가졌다고 말하며 《장미의 이름》를 썼고 줄리아 크리스테바는 사유나 추리소설은 공히 ‘위반’의 문제를 다룬다고 생각해 《비잔틴 살인사건》이라는 철학적 추리소설을 썼다. 사상가들이 추리소설로 자신의 철학을 형상화한 이유는 무엇인가? 위대한 철학자들이 추리소설 텍스트를 분석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추리소설은 살인 사건을 다룬다. 살인이란 인간의 극단적인 행위에 속한다. 철학이나 사유 또한 극단적 사색으로 점철돼 있다. 평생 추리소설로 철학을 해온 한국 추리작가 백휴에게 진정한 사유란 공동체를 유지하고 그 속에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혜’를 넘어서 세상의 모든 권위와 권력을 뿌리부터 의심하는 작업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 애거서 크리스티, 히가시노 게이고, 서미애, 정유정…
추리소설로 철학하는